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디지털산책] 블록체인, 제도화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27021023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블록체인, 제도화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 적용된 기술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적용의 한 사례에 불과할 뿐, 무수히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디지털시대 최고의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2025년경에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전 세계 GDP의 1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를 그 기능과 특성에 따라 정리해본다.
첫째, 블록체인의 핵심기능은 진실한 이력관리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식탁 위에 올라온 각종 음식의 물류이력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고, 중고차거래시에는 사고건수, 침수여부, 보험적용건수 등 해당차량에 관한 정확한 이력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이력관리는 물류시스템에도 적용돼 제품수출입의 모든 과정과 정보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며 제품주문과 동시에 선주, 세관, 항만, 보험사, 은행 등 모든 관련자에게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므로 서류 없는 선적, 통관이 가능한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밖에 모든 생산제품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제품정보가 등록돼 제품의 생애주기를 알 수 있게 되므로 해당 제품이 사용자에게 판매되는 시점에 판매이력이 기록으로 남아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관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력관리는 나아가 환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엑스레이 사진이나 CT 촬영기록 등 개인의 의료정보를 블록으로 쌓아두면 의사와 병원은 환자의 병력을 언제든지 확인가능함으로 병원을 옮기더라도 진료기록을 떼어가거나 검사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
둘째, 블록체인은 진정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사진, 영화, 음반, TV 프로그램, 서적 등 다양한 저작물의 저작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해줄 수 있다. 또한 각종 서류발급 시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발급시스템을 가능케 하여, 학교나 직장 어느 곳이든 언제든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필요한 증명서를 안전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셋째, 블록체인은 스마트계약의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은 각국에서 충전요금 지불, 가정의 잉여전력의 개인 간 거래, 드론 운행관리 등에 이미 이용되고 있다. 제3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아가 공공계약 부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공공계약 입찰프로세스를 투명하게 만들고 입찰프로세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저장하므로 관련기록들은 사후감사에도 이용될 수 있다.
넷째,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화폐 개발이 전 세계 금융권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 세계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공동으로 디지털화폐인 공용결제화폐를 개발해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이 채택하도록 권유하고 있고, 실용화를 목표로 디지털화폐를 단독으로 개발 중인 은행도 있다. 디지털화폐가 상용화되면 해외송금이나 환전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게 될 것이다.
다섯째, 블록체인은 암호인증 기술과도 연계될 수 있다. 최근 공인인증서 폐지를 추진 중인 국내 인증시장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고, 그 내용이 전자서명법 개정안에도 반영되고 있다. 차세대 보안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에 금융권을 비롯한 정부, 공공기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보를 저장하면 위·변조, 삭제가 힘든 블록체인의 특성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국내의 법률규제와 충돌하므로 신속한 개정을 통해 보다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특유의 안전성과 투명성, 비밀보장성은 선거시스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스페인을 비롯한 에스토니아, 미국, 독일 등은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예비선거, 정당의사결정 등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한 선거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필요없다. 개인이 직접 컴퓨터의 블록정보에 후보자를 선택해 입력하면 되고, 모든 정보는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 모든 기기에 저장되므로 투표결과는 선거가 끝난 뒤 투명하게 공개된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해 그야말로 공정선거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장점과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사이버범죄자들도 이를 이용해 보안을 우회하는 등 사이버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범죄자들보다 한 발 앞선 선제적 투자를 통한 결과산출 및 그 신속한 제도화가 필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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