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약속 과거엔 어땠나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북한 측이 약속을 지킬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이 몇 차례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어긴 사례가 있는 탓이다.
북한이 처음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1992년 1월 20일 남북이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다. 당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는 △핵무기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 금지 △평화적 목적으로만 핵에너지 이용 △핵 재처리시설·우라늄농축시설 보유 금지 등이 담겼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1993년 3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1994년 10·21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컨소시엄이 북한에 2000㎾ 경수로를 건설해주고, 경수로 건설 전 해마다 50만톤의 중유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NPT 잔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을 약속했다. 제네바 합의는 2002년 북한이 핵 동결을 전면 해제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에 더욱 강도 높은 비핵화 압박을 가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남북미중러일 6자 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IAEA에 복귀하도록 했다. 대신 국제사회는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고 미북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후 2007년 2·13 합의, 10·3 합의 등 후속조치가 이어졌다. 북한은 핵시설 파기 약속에 따라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 장면은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러나 북핵 검증에 대한 이견으로 9·19공동성명은 더 이행되지 않았다.
미북 간 합의였던 2012년 2·29 합의는 북한이 핵 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우라늄농축활동을 임시중지(유예)하고, 우라늄 농축 임시중지 IAEA 감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대가로 대북 영양식품 24만톤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만인 같은 해 4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사실상 파기됐다. 청와대 측은 판문점 선언을 확실하게 이행할 수 있게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을 남북관계 발전법 21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하고, 기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해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점검할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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