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 변호사
![[디지털산책] 소비자 피해 구제제도 개편 속도낼 때](http://contents.dt.co.kr/images/201805/20180502021023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소비자 피해 구제제도 개편 속도낼 때")
79세의 여정 할머니는 정's burger라는 햄버거 가게를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 차에 탑승한 채로 음식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1000원을 내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구입한다. 여정씨는 차를 멈춘 상태에서 직원으로부터 커피를 받고, 크림과 설탕을 넣기 위해 커피 뚜껑을 열다가 그만 자신의 허벅지에 커피를 쏟고 만다. 여정씨는 3도 화상에 이르는 큰 상처를 입고 피부 이식 수술을 위해 8일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그 후로도 치료를 위해 2년간이나 통원하게 된다. 병원비는 무려 1000만원이 나왔고, 여정씨는 정's burger 측에 2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정's burger는 겨우 100만원만 보상금으로 제의했으며, 참다못한 여정씨는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여기서 질문. 법원은 정's burger 측의 책임을 인정할까? 만약 인정한다면 법원은 배상액으로 얼마를 책정할까?
위 사례는 스텔라 라이벡 할머니가 미국 뉴 멕시코에서 겪은 '맥도널드 뜨거운 커피'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Liebeck v. McDonald's Restaurants, P.T.S, Inc., 1995 WL 360309). 판결 결과를 알고 계신 분들도 우리나라 법원에서 위 소송이 진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우선 여정씨는 우리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여정씨는 정's burger의 과실이 있었던 사실, 그로 인해 여정씨가 손해를 입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여정씨는 정's burger가 판매하던 커피의 온도가 바로 마시기에는 지나치게 뜨겁고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s burger 측은 여정씨가 커피가 뜨겁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조수석에 앉아 다리 사이에 커피를 끼워 넣은 채 프림과 설탕을 넣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등의 항변을 한다. 여정씨는 정's burger 측 증인과,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위험에 관한 정's burger의 내부 문건을 증거로 삼고자 한다. 문제는 위 증인과 내부 문건 모두 정's burger 측이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정씨는 재판부를 통해 정's burger 측에 내부 품질관리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줄 것을 요청하고, 정's burger가 보관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관련 내부 문건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문서제출명령' 등을 신청한다. 하지만 정's burger는 그런 품질관리인이 없다거나, 연락이 안 된다는 등 변명을 하면서 증인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는다.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그런 문서는 없다고 잡아뗀다. 결국 여정씨는 충분한 입증을 하지 못해 패소하거나, 아주 적은 금액(치료비의 1/3 정도?)의 보상만 받게 된다. 맥도널드 뜨거운 커피 사건이 우리나라 법정에서 다뤄질 때 예상되는 결과다.
그렇다면 실제 미국 법정에서는 어떤 결과가 선고됐을까? 실제 사건에서 라이벡 여사를 대리한 변호사는 Discovery(소 제기 전에 양 당사자가 보유한 증거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하는 미국 특유의 제도)를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찾게 된다. 맥도널드 본사가 각 지점들에 높은 온도로 커피를 만들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문건을 발견하고, 맥도널드 품질관리인으로부터 맥도널드가 판매하던 커피의 온도가 바로 마시기엔 너무 뜨겁다는 증언을 받아내며, 맥도널드가 과거에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고객들이 '드라이브 스루로 받은 커피를 받아 그 자리에서 또는 운전하면서 바로 마신다'고 답한 문건을 찾아낸다. 라이벡 여사 측이 찾아낸 증거들을 토대로 배심원들(미국은 민사소송도 배심제로 운용할 수 있다)은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으로 무려 270만 달러를 선고한다. 놀란 판사가 이를 48만 달러로 낮춰서 선고하기는 하지만.
이제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른 질문을 드리고 싶다. 둘 중 어떤 결과가 더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가? 미국과 한국에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국 법관들의 수준에 차이가 있어서일까?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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