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 KISTEP 선임연구위원
![[디지털산책] 정부R&D 수요지향적 과제로 개편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5/20180509021023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정부R&D 수요지향적 과제로 개편해야")
이러한 논쟁을 자세히 살펴보면 양쪽 모두 연구개발 성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부연구개발예산은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연구개발의 직접적인 효과인 경제적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대비 기술료수입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기술무역적자비는 적자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예산을 투입하고도 경제적 성과가 없는 것은 연구자 집단이 기술 혁신보다는 손쉬운 연구 프로젝트를 따기에 급급해 이익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연구개발의 직접적인 경제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인 성과인 기술파급효과(technology spillover)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술파급효과는 한 부분의 활동이 그 부문의 생산성 외에 다른 부문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경제 전체의 이익을 올리는 효과를 뜻한다. 특히 정부연구개발투자는 당장의 경제적 성과로 나오기보다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축적된 지식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출현의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기술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의 미국의 글로벌 IT업체들이 과거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에너지부(DOE) 등 다양한 미국 정부기관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렇듯 정부연구개발예산 투입 대비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정부연구개발예산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치하고 있다. 정부연구개발예산이 충분하다는 쪽에서는 양적성장보다는 질적성장으로 전환하여 단순한 특허 출원보다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연구개발예산이 아직 불충분하다는 쪽에서도 당장의 성과보다는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혁신적 연구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양쪽 모두 정부가 투입한 연구개발예산이 손쉽게 결과를 낼 수 있어 당장의 실적을 내는데 유리한 과제에 지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예산이 단기간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연구개발에 집중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적지표 기반의 성과 평가를 지양하고 소수의 정책결정자에 의해 R&D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편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부연구개발예산의 적절한 규모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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