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축소·원달러 환율 하락 등
기존 악재에도 판매 하락 고전
해외 업체와 치열한 경쟁 속
관세인상분 반영은 꿈도 못꿔
기존 악재에도 판매 하락 고전
해외 업체와 치열한 경쟁 속
관세인상분 반영은 꿈도 못꿔
미 수입차 관세추진 업계 '비상'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고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승용차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미국이 무역확장법을 적용할 경우 관세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 하락과 미국의 승용차 시장 축소 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고율 관세라는 메가톤급 폭탄이 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당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관세 인상분을 자동차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 환율 악재에 시달리는 국산차 업계가 관세까지 가격에 반영하면 가격경쟁력 약화로 판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자동차 146억5100만 달러, 자동차부품 56억6600만 달러를 미국에 수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세계에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은 33%인 84만5319대에 달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엔저를 활용한 일본 자동차 업체의 마케팅 강화, 주력 수출차종인 승용차 시장 축소 등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10.4% 감소한 127만5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44%인 30만7018대를, 기아차가 32%인 28만7401대 등 총 59만4419대를 울산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지난 2016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15.2%로 치솟은 상황에서 25% 관세 폭탄까지 맞으면 수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신차 투입으로 하반기 미국 시장 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고율 관세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군산 공장 폐쇄 발표 이후 홍역을 치른 한국GM도 지난해 경차 스파크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등을 미국으로 총 13만1112대 수출했다. 미국 GM이 최대 주주이지만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도 닛산 로그를 생산해 전량 미국으로 수출한다. 지난해 수출 대수는 12만3202대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의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을 다른 쪽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며, 자꾸 정책을 바꾸기 때문에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미국 조치가 고유가 때문에 SUV 위주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수입차 판매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철강의 사례를 보면 무역확장법 조사를 개시한 뒤 행정명령 발동까지 1년 정도가 걸렸다"며 "1년간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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