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불공정계약이나 기술 유용 등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기술탈취 등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봉진)은 지난 25일 '대기업·스타트업 간 불공정 계약'을 주제로 회원사 정기포럼을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당일 비공개로 진행된 포럼은 스타트업이 처할 수 있는 다양한 불공정 계약 사례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비용 후려치기 △제공된 정보의 공동지적재산권 강요 △장기간 저가 제공 강요 등 그동안 만연해있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과 기술 유용 문제도 다뤘다.
포럼 당일 공유된 한국NFC 사례는 대표적인 사업 노하우와 아이디어 도용 문제로 다뤄졌다. 한국NFC는 신용카드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6년부터 A 신용평가사와 제휴해 기술·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계약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등으로 A사는 한국NFC와 계약을 철회했고 관련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한국NFC를 배제한 채 관련 사업을 개시했다. 한국NFC의 핵심 노하우만 도용당한 것이다.
구태언 코스포 법률특허분과 단장(테크앤로 대표변호사)은 "한국NFC 사건은 스타트업 기술유용과 전속거래 강요에 해당한다"며 "대부분 스타트업·대기업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제휴나 협력이지만 사실상 하도급의 경우가 많으므로 기술유용에 관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대기업 등 시장지배 기업에 의해 스타트업 기술이 탈취되거나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 사례는 공공연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개별 스타트업 입장에서 향후 받을 피해를 우려해 그동안 공개적인 문제 제기 자체를 꺼려왔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이번 정기포럼은 그동안 스타트업이 차마 속 시원히 말하지 못했던 불공정 사례들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의 기회가 박탈됨으로써 혁신성장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스포는 향후 개별 스타트업이 제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공론화해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도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