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강 수출 내리막 현실화
자동차는 미 고율 관세 위기감
중 반도체 견제 현실화도 우려
트럼프발 무역전쟁 확산
미국발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우리 수출 전선을 점점 압박해 오고 있다.
최근 주요 국가들이 무역규제 품목으로 거론하고 있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이른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5월 우리나라 철강, 자동차, 반도체 수출액 합계는 173억9900만 달러로 전체 509억8000만 달러의 34%를 차지했다.
당장 철강의 경우 수출 감소가 현실로 다가왔다.
글로벌 경기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6%의 성장률을 보였던 철강 수출은 올해 들어 내리막을 타고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지난 4월에는 7.6%, 5월에는 0.1% 각각 수출이 줄었다.
이는 미국의 철강 수출 쿼터 적용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한국의 철강 수출 물량을 263만톤(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으로 제한한 데 이어 유정용 강관(최고 75.81%)과 냉간압연강관(최고 48%)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철강 수출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중국(45억7500만 달러)에 이은 40억1900만 달러였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이르면 내달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련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대 EU 철강 수출액은 36억1200만 달러이고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많다. 한국산 철강·금속 제품에 부과된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건수는 95건에 달한다.
EU의 세이프가드 발동 이유는 미국의 철강 관세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던 철강제품이 EU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다른 주변 국가들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슷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도 조만간 미국발 무역규제가 들이닥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수입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상무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그 결과를 보고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미국은 우리 자동차 최대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146억51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416억9000만 달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2016년부터 3년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5% 수준의 고율 관세까지 부과되면 우리 수출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 견제까지 현실화하면 철강과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담합 혐의 등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중국 정부 당국자를 만나 우려를 표시하며, 공정하게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중국이 반도체 담합을 결정하고 반덤핑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지난 5월 전체 수출 501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해당하는 108억5000만 달러다. 이 중 4분의 1 가량(5월20일 기준 26억5000만 달러)이 중국 수출액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미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다시 부활하면서까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보호무역 전략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 이는 도미노처럼 주변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바뀌기 전까지 세계 무역전쟁 양상은 지속할 것이고, 이는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