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중국에 2000억 달러의 추가 보복 관세를 언급하고, 중국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양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패권 다툼 양상으로 장기화 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19일 아시아 증시는 동반 패닉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측이 막판 실리를 택할 것이란 조심스런 낙관론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을 앞세워 경제 패권을 지키겠다는 미국과 과거 일본처럼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 간의 자존심 싸움 양상이라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대중 제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첨단산업 기술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통상법 301조를 활용해 중국을 지속해서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과학기술개발에 사활을 건 중국은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미국과의 전면적인 통상갈등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미국이 301조와 반덤핑 관세로 당시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부상을 견제했고, 이 때문에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다 최근에서야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금융권은 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물동량이 9% 정도 줄 것이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과 신용평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 전 세계 성장률이 최대 1%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무역전쟁의 속 배경에 트럼프 정부의 중간선거 승리와 시진핑 2기 정부의 안정화라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는 양국의 위험한 신경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양국의 자존심과 세계 시장의 주도권도 걸려있는 만큼 양측 모두 손해를 보지 않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라는 화약고 옆에서 자칫 돌발 변수라도 발생할 경우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중국 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증폭하고 있고,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여러 이웃국가를 상대로 관세장벽을 세우면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상황을 계기로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수출과 내수의 조화,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으로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를 낮추는 것 등이 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양국의 신경전이 이미 예고한 고율 관세를 실제 부과하기 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서로 막판 극적인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사전 포석을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국 모두 극한대치 양상으로 확전할 경우 경제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 결국 실리를 택할 것이란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 원인이 구조적인 요인인 만큼 자국 내에서의 여론 지지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중국 역시 외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이 오래가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양국이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7월 전에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