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식시장 '돋보기'
기관·외인 9조 물량 개인이 소화
삼성전자·센트리온 등 쓸어담아
투자성적표 개미군단이 '판정승'
평균 11.6% 수익… 모처럼 웃음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사상 최대인 9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하락장을 떠받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발 무역전쟁 여파로 차익실현에 나선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해냈다.
투자 성적표도 개미 군단의 판정승이었다. 올 상반기 잇단 악재로 코스피 지수는 5.7% 하락했지만, 개미들이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은 평균 11.65% 올라, 기관(8.86%)과 외국인(7.19%)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웃돌았다.
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4조407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외국인은 4조53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개미들은 9조52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2332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2조2872억원어치를 각각 쓸어담았다. 결국, 상반기 조정 장세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내다 판 주식을 개인들이 고스란히 받아간 셈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들의 주식 순매수액은 거래소와 코스콤 시스템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2000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종전까지 개인들이 가장 크게 지갑을 연 때는 2007년 하반기(5조2492억원 순매수)였고 2009년 상반기(4조2943억원), 2011년 상반기(3조8394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종목별로 보면 개인은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를 6조5625억원어치 쓸어담은 것을 비롯해 셀트리온, 현대건설, 현대로템, 카카오, 현대엘리베이, LG화학 등을 주로 순매수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삼성전기, 호텔신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모레퍼시픽, GS건설 등의 주식은 순매도했다.
이에 비해 기관과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기관은 3조8308억원, 외국인은 3조7433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외에 셀트리온과 카카오, LG화학,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도 많이 내다 팔았다. 대신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 POSCO, 호텔신라, LG, 신세계 등은 사들였다.
기관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LG전자, LG, 신세계, 현대모비스, SK, 엔씨소프트 등을 많이 팔았고 셀트리온과 삼성SDI, 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아모레퍼시픽 등은 순매수했다.
기관·외인 코스닥 시장 외면
개인투자자 몰려 2.2조 매수
시장 활성화 불구 지수 하락
기관 중심 체질개선 등 시급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외국인의 외면으로 코스닥시장은 갈수록 '개미(개인투자자) 소굴'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나 정부의 시장 활성화 대책만 믿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매물을 쓸어담으며 총 2조2872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중 2조 825억원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 기대감이 컸던 1~2월에 유입된 자금이다. 코스닥지수가 1월 말 93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지난 29일 818포인트로 마감한 것을 고려할 때 개인의 손실 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관 중심의 장으로 체질 개선이 돼야 한다며 기관 유인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대책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KRX 300지수와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기관 자금 유인을 통해 코스닥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초 코스피와 코스닥의 대표 통합지수인 KRX300이 출시되자 이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속속 출시되기도 했다. 현재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수로 여전히 코스피200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일부 액티브 자금에 대한 벤치마크 지수를 코스피200에서 KRX300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코스닥 기업의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구주·신주 등에 투자해야 하는 코스닥벤처펀드 역시 출시 후 3조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지만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 안정적인 전환사채(CB) 등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장 요건이 점차 완화되면서 적자기업, 신생기업의 상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평판을 훼손하고 오히려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 유인을 강화 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이 좋은 기업을 발굴해 상장시키고, 기관이 또 이들 기업을 계속 검증하고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기관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말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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