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펌프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심부전은 환자의 60~70%가 5년 내에 숨질 만큼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다. 심장에 전기자극을 주는 심장자극기를 부착해 치료를 도울 수 있는데 이것마저 효과가 미미하다. 상용화된 자극기는 금속으로 된 작은 와이어로 돼 있는데, 한 지점만 자극할 수 있다 보니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를 극복한 고효율 생체친화형 심장자극기를 제작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현택환 단장 연구팀은 최대 840%까지 늘려도 전도성을 잃지 않는 전도성 고무를 만들고, 이를 이용한 심장자극기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은 나노와이어에 금을 얇게 입힌 금·은 나노와이어와, 스티렌과 부타디엔으로 만들어진 고무 성질 합성수지를 섞어 전도성 금·은 나노복합체를 만들었다. 이 복합체는 전도성을 잃지 않으면서 최고 840%까지 늘어날 뿐 아니라 기존 은 나노와이어 복합체의 문제였던 독성과 산화현상 문제도 해결했다.
은 나노와이어는 전도성이 높고 전기특성이 안정적이지만 독성 때문에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은 나노와이어 표면에 균일하게 금을 입혀 생체 독성을 유발하는 은이온 유출을 차단했다. 또 물에 산화되기 쉬운 생체 환경 내에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췄다.
연구진은 이 전도성 고무로 심장을 그물 형태로 완전히 감싸는 심장자극기를 만들었다. 기존 금속 심장자극기가 심장의 한 부위만 자극하는 것과 달리 이 자극기는 42개 지점에서 전기자극을 줘서 치료효과가 높다. 연구진은 사람의 심장과 유사한 돼지 심장을 이 기기로 감싸 심장신호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전기자극을 주는 데 성공했다. 넓은 면적이라 심장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정맥 등 심장 이상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전기자극을 가할 수 있었다.
김대형 IBS 부연구단장은 "살아있는 심장에 기기를 부착해 생체신호를 읽음으로써 구체적인 질병 부위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할 수도 있다"면서 "전도성 고무를 이용해 피부 부착형 기기를 개발하면 피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전기신호를 측정해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부 부착형 기기에 전극과 히터를 내장시키면 전기 자극이나 열 자극을 동시에 줘서 간단한 물리치료를 할 수도 있다. 자유자재로 늘어나기 때문에 움직임에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대형 IBS 부연구단장은 "정형외과에서 온열치료나 전기자극 치료를 받을 필요 없이 피부에 붙이는 기기를 이용해 24시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