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기본계획 곳곳서 오류 확인
2년전 7차보다 수요 낮춰 예측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지적
2년전 7차보다 수요 낮춰 예측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지적
국민여론과 다른 '탈원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래 전력수요를 과도하게 낮춰 잡다 보니 전력수요 예측과 현실간에 큰 괴리감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계속될 경우, 지난 2011년 벌어진 전국적 블랙아웃(대정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탈원전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과 함께 전력설비확충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에너지 정책을 과거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차 기본계획 곳곳서 오류 확인=현 정부는 지난해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년전 잡은 7차 계획보다 수요를 낮춰서 예측했다. 그러면서 10여 년간 전력설비 투자를 크게 하지 않아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는 탈원전 정책 추진의 근거로도 활용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이같은 예측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당장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본계획에서 2022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전력수요를 초과했다.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는 86.1GW였는데, 지난 7월24일 이를 초과해 92.5GW에 달했다. 앞서 지난 겨울 최대전력수요는 85.2GW로 예상됐지만, 2월6일 이를 3GW나 초과한 88.2GW에 달했다.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은 2년 전 수립한 7차 기본계획과 맞아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8차 전력수급계획 중 설비계획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7월24일 전력수요가 92.5GW로 정점을 찍은 데 이어 최근 며칠전에도 90GW를 넘나들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피크 수요만 문제인 게 아니라 전체 발전량도 예상과 다르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개월간 한전의 전력공급량이 작년 동기보다 3.6% 늘었는데 이는 8차 기본계획에서 예상한 증가치(1.9%)의 약 두배라는 것이다.
◇"올 겨울이 여름보다 더 위험"=정부는 현재 국내 발전 설비용량이 117GW로,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평균 가동률이 30% 미만이다 보니 총 발전가능 전력이 3.1GW에 그친다. 양수발전은 용량이 5GW로 책정돼 있는데 겨울에는 가동이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와 양수발전을 고려한 실제 최대 발전가능 전력은 100GW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동안 겨울의 전력수요가 여름보다 높은 추세가 이어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겨울에는 지난 7월24일 기록한 92.5GW를 넘어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력설비계획 수정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의 전력설비계획을 서둘러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요에 맞춰 단기적으로 설비를 늘리다 보면 부지확보부터 오랜 기간이 걸리는 원전 대신 석탄, LNG 같은 화석연료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원자력과 석탄은 100% 가동 시 경제적이고 LNG는 피크 순간에 탄력적으로 가동하는 게 효과적인 연료"라면서 "이런 원칙에 따라 전력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자력과 석탄은 1KW 생산시 발전원가가 각각 50원과 60.13원인데, LNG는 147원으로 3배 가까이 비싸다. LNG는 가동할수록 비싼 에너지원이다. 정범진 교수는 "LNG는 피크 상황에서 잠깐잠깐 10~20% 가동할 때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라면서 "현 상태에서 원전을 줄이고 LNG를 늘리면 KW마다 원가가 100원 올라간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원전 가동을 줄이면서 에너지 수입규모는 2016년 809억달러에서 작년 1090억달러로 급증했다.
◇온실가스 늘리는 탈원전 정책=탈원전 정책은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작년 원전가동률 저하로 원자력발전량은 2016년보다 1.6GWy 줄어든 반면 석탄 발전량은 2.85GWy 늘어났다. 그 결과 온실가스가 약 2000만톤 더 많이 발생했다. 원자력발전은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폐기할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가동 중에는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석연료인 석탄과 LNG는 가동 내내 온실가스를 뿜어댄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당초 예측보다 37%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2000만톤은 2030년 발전부문 전체 온실가스 배출목표치인 2.6억톤의 7.7%에 달하는 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 세계 4위 배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덕환 교수는 "특히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과 풍력은 원하는 시기에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보니 LNG발전소와 같이 지어진다"면서 "LNG가 청정연료라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무시한 주장이고, LNG와 세트로 지어져야 하는 태양광과 풍력도 친환경에너지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적자 누적, 한전 전기요금 인상 외 방법 안 보여=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12월 에너지전환정책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이번 정권 내에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의 경영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이미 1조16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누진제 한시적 완화로 인한 부담이 2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현재 어떤 법리체계에서도 예산을 통해 누진제 부담을 줄여줄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정부가 LNG에 매기는 세금을 낮추는 방법을 썼지만 이는 에너지 가격체계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래 전력수요를 과도하게 낮춰 잡다 보니 전력수요 예측과 현실간에 큰 괴리감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계속될 경우, 지난 2011년 벌어진 전국적 블랙아웃(대정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탈원전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과 함께 전력설비확충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에너지 정책을 과거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차 기본계획 곳곳서 오류 확인=현 정부는 지난해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년전 잡은 7차 계획보다 수요를 낮춰서 예측했다. 그러면서 10여 년간 전력설비 투자를 크게 하지 않아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는 탈원전 정책 추진의 근거로도 활용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이같은 예측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당장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본계획에서 2022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전력수요를 초과했다.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는 86.1GW였는데, 지난 7월24일 이를 초과해 92.5GW에 달했다. 앞서 지난 겨울 최대전력수요는 85.2GW로 예상됐지만, 2월6일 이를 3GW나 초과한 88.2GW에 달했다.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은 2년 전 수립한 7차 기본계획과 맞아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8차 전력수급계획 중 설비계획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7월24일 전력수요가 92.5GW로 정점을 찍은 데 이어 최근 며칠전에도 90GW를 넘나들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피크 수요만 문제인 게 아니라 전체 발전량도 예상과 다르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개월간 한전의 전력공급량이 작년 동기보다 3.6% 늘었는데 이는 8차 기본계획에서 예상한 증가치(1.9%)의 약 두배라는 것이다.
◇"올 겨울이 여름보다 더 위험"=정부는 현재 국내 발전 설비용량이 117GW로,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평균 가동률이 30% 미만이다 보니 총 발전가능 전력이 3.1GW에 그친다. 양수발전은 용량이 5GW로 책정돼 있는데 겨울에는 가동이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와 양수발전을 고려한 실제 최대 발전가능 전력은 100GW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동안 겨울의 전력수요가 여름보다 높은 추세가 이어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겨울에는 지난 7월24일 기록한 92.5GW를 넘어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력설비계획 수정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의 전력설비계획을 서둘러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요에 맞춰 단기적으로 설비를 늘리다 보면 부지확보부터 오랜 기간이 걸리는 원전 대신 석탄, LNG 같은 화석연료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원자력과 석탄은 100% 가동 시 경제적이고 LNG는 피크 순간에 탄력적으로 가동하는 게 효과적인 연료"라면서 "이런 원칙에 따라 전력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자력과 석탄은 1KW 생산시 발전원가가 각각 50원과 60.13원인데, LNG는 147원으로 3배 가까이 비싸다. LNG는 가동할수록 비싼 에너지원이다. 정범진 교수는 "LNG는 피크 상황에서 잠깐잠깐 10~20% 가동할 때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라면서 "현 상태에서 원전을 줄이고 LNG를 늘리면 KW마다 원가가 100원 올라간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원전 가동을 줄이면서 에너지 수입규모는 2016년 809억달러에서 작년 1090억달러로 급증했다.
◇온실가스 늘리는 탈원전 정책=탈원전 정책은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작년 원전가동률 저하로 원자력발전량은 2016년보다 1.6GWy 줄어든 반면 석탄 발전량은 2.85GWy 늘어났다. 그 결과 온실가스가 약 2000만톤 더 많이 발생했다. 원자력발전은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폐기할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가동 중에는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석연료인 석탄과 LNG는 가동 내내 온실가스를 뿜어댄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당초 예측보다 37%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2000만톤은 2030년 발전부문 전체 온실가스 배출목표치인 2.6억톤의 7.7%에 달하는 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 세계 4위 배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덕환 교수는 "특히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과 풍력은 원하는 시기에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보니 LNG발전소와 같이 지어진다"면서 "LNG가 청정연료라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무시한 주장이고, LNG와 세트로 지어져야 하는 태양광과 풍력도 친환경에너지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적자 누적, 한전 전기요금 인상 외 방법 안 보여=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12월 에너지전환정책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이번 정권 내에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의 경영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이미 1조16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누진제 한시적 완화로 인한 부담이 2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현재 어떤 법리체계에서도 예산을 통해 누진제 부담을 줄여줄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정부가 LNG에 매기는 세금을 낮추는 방법을 썼지만 이는 에너지 가격체계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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