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9조4915억 R&D 투자금액 집행
SK·포스코·한화도 증가율 '두자릿 수'
AI·로봇 등 4차산업 신사업 육성 주력
SK·포스코·한화도 증가율 '두자릿 수'
AI·로봇 등 4차산업 신사업 육성 주력
상반기 상장계열사 R&D투자액 18조3128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10대 그룹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규모를 평균 10% 안팎으로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요 대기업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10대 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69개 업체의 상반기 R&D 투자 총액은 18조31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1조408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SK케미칼 등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분할 등의 이유로 R&D 투자 내역을 비교할 수 없거나 반기 투자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상장 계열사들은 비교 통계를 위해 이번 집계에서는 제외했다.
그룹별로는 삼성(10.5%)과 SK(9.7%), 포스코(21.5%), 한화(45.2%) 등이 평균 이상으로 투자규모를 대폭 늘렸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투자가 줄어든 그룹은 GS 뿐이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상반기에만 9조4915억원의 R&D 투자금액을 집행했다.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무려 8481억원이나 투자를 늘린 8조7844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전기와 삼성SDI 역시 두 자릿수 가까이 늘리는 등 주로 전자계열사들이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했다.
현대차 역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2조3909억원을 집행해 전년 동기보다 5.0%나 투자를 늘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계열 3사들이 모두 투자규모를 5% 이상 늘렸고, 도시철도 수주 등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로템도 무려 18.0%나 투자를 확대했다.
SK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1조2933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해 11.2% 늘렸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주력 계열사 역시 각각 3.9%, 15.1% 투자를 확대했다. 바이오와 반도체 소재 등 신성장 사업을 이끌고 있는 사업지주회사 SK와 SK바이오랜드, SK머티리얼즈 등도 투자규모를 큰 폭을 늘리며 미래 성장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LG 역시 LG화학과 LG하우시스, LG유플러스 등이 각각 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고, 반대로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이노텍 등은 소폭 줄였다. LG그룹 계열사의 모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연간 투자계획에 따라 하반기에는 투자를 늘릴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철강 사업 확대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포스코를 비롯해, 방산과 기계, 태양광 등을 차기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한화, 지주회사 전환 이후 각 부문 별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도 투자를 늘렸다. GS만 투자규모가 40억원 가량 줄었지만, 이는 시설투자 비중이 높은 정유·화학과 R&D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유통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AI(인공지능), 로봇, 5G, 전기·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3년간 18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현대차는 로봇·AI 등에 5년간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SK는 반도체·소재,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3년간 80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고, LG는 올해 초 전기자동차 부품과 자율주행 센서 등에 1년간 19조원을 투자한다며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의 업황 호조로 실적은 좋지만 그 다음을 이어갈 만한 성장동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도 R&D 투자는 계속해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강해령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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