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모처럼 판매에서 국산차 업계 '맏형'으로의 위용을 과시했다. 8월 여름휴가 기간으로 영업일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산차 업계 중 유일하게 내수와 수출이 늘었다. 한국지엠(GM)은 정부의 개별소비세라는 호재에도 나 홀로 내수 판매 감소세를 기록했다. 감소 폭도 두 자릿수를 기록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나머지 국산차 업계는 개소세 인하로 내수 판매가 호조세를 띄고 있지만, 수출에선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엔진이 점차 식어가면서 산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큰형님' 현대차, 모처럼 '쌩쌩' = 3일 현대차는 지난 8월 내수 5만8582대, 해외 32만5861대 등 작년 같은 달보다 9.2% 증가한 38만4443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내수 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7.4%, 해외 판매는 9.5% 늘어난 실적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국내·외 판매가 '동반 성장'한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개소세 인하와 투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 등의 영향으로 국내 판매가 증가했고, 중국 판매 실적 회복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투싼의 8월 판매량은 4148대로, 전달보다 39.5% 증가했다. 이는 현대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제품군 가운데 친환경차를 제외한 가장 높은 성장세였다. 특히 지난달 7일 출시 이후 2주일 여 만에 계약 대수 5000대를 넘어선 만큼 이번 달 역시 판매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여파 지속…나 홀로 뒷걸음질 = 한국GM은 지난달 국내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 판매가 감소했다. 감소 폭도 26.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개소세 인하라는 호재에 힘입어 경쟁사들이 판매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좀처럼 감소세에서 허덕이던 르노삼성자동차마저도 개소세 인하 효과로 13개월 만에 내수판매 상승세를 기록했다.
우선 한국GM이 국내서 시판 중인 차량 자체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같은 달보다 판매가 증가한 차량은 수입·판매하는 전기차 볼트EV, 단 1종에 불과하다. 친환경차를 제외하면 모든 차량의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신차인 이쿼녹스 역시 판매량이 97대에 그치고 있어 '신차효과'도 없다. 그나마 성장세를 기록한 볼트EV 역시 올해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이 막바지라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신차 출시 때마다 불거지는 '가격책정'과 함께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식어가는 수출 동력 =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작년보다 7.5% 줄어든 122만2528대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93만9726대) 이후 최저치다. 결국 국가 주요 수출품목 상위권을 맴돌던 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에까지 뒤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 8월 작년 같은 달보다 0.2% 증가한 52만9010대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표면적으로는 성장세지만, 현대차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이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수출량이 각각 54.9%, 49.8%를 기록해 반 토막 났고, 쌍용차도 31.8%나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2.0%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보다 해외 판매가 감소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나마 현대·기아차가 나머지 업체보다 맷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앞으로 경영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