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G20 회의에서 재확인한 `통상慘劇`](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0402102269660001[1].jpg "[최원목 칼럼] G20 회의에서 재확인한 `통상慘劇`")
USMCA의 핵심 내용은 첫째, 자동차의 무관세 수출을 위해서는 75% 이상의 역내 부가가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NAFTA 시절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인 62.5%에 비교해 볼 때, 13%나 더 북미지역 원산지 부품 사용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2023년까지 자동차 부품의 40~45% 이상을 시급 16달러 이상을 지급받는 노동자가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FTA 혜택을 부여한다. 멕시코에 설립한 자동차 공장들은 노동자 인건비를 16달러 이상으로 올려주거나 USMCA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5년 뒤임을 의미한다. 셋째, 노동자의 기본권리들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무역보복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넷째, 저작권 70년 보호, 의약품 특허보호, 디지털 영역에서의 지재권 보호 등 지재권 보호도 강화했다. 노동자 보호와 지재권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후진국인 멕시코에 설립한 외국투자기업의 경우 기업활동 비용이 증가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한 기아자동차나 현대모비스는 물론 이들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자 따라 들어간 한화첨단소재, SKC, 효성,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우리 생산시설들의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섯째, 이러한 멕시코와 캐나다 측의 여러 양보의 대가로 미국은 향후 자동차 추가관세 도입 시 캐나다와 멕시코 자동차 및 부품(승용차 연간 260만대, 부품 1080억 달러어치까지)을 적용면제 해주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번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에 놀라 미국과 FTA 재협상을 졸속 타결해버렸다. 그 직후 미국은 자동차 추가관세 카드를 압박용으로 삼아 USMCA를 타결했다. 최소한 멕시코와 캐나다는 자동차 관세로부터의 면제를 얻어낸 데 반해, 한국은 이제 자동차 관세면제를 놓고 미측과 또 다른 양자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마디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미FTA 재협상을 조기에 종결시켜버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정국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초래한 통상참극이다.
그것도 철강분야를 완전히 지켜낸 것도 아니고 예년 70% 수준의 수출쿼타를 제한당하면서 얻어낸 결과라니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미국 트럼프 진영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다음에는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들 것임은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제 미국에 또 다시 자동차 관세 면제를 위해 손을 벌여야 하니, 지금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북핵문제를 둘러싼 대미 협상에 있어서조차 불리한 상황을 자초해버린 셈이다.
G20 회담장에서 USMCA 서명식을 개최한 것은 미국이 이 모델을 전 세계로 확산시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벌써 미국은 일본 EU와도 유사한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USMCA에서 무역역조와 일자리 유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무역 회복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규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다른 나라들에게도 적용해 양자 협정체제로 담보해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G20정상회의 기회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달성 시까지 대북제재 유지에 합의해주는 대가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대한 미측의 지지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문제도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시 남북 정상회담 정국의 빅 이벤트를 위해 자동차 관세 면제가 절실해진 우리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실리를 퍼줄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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