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포럼] 연말연시 부정청탁 생각조차 말아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302102269640002[1].jpg "[포럼] 연말연시 부정청탁 생각조차 말아야")
또 연말이 되었다. 연말연시는 명절은 아니지만 많은 선물이 오가는 것이 우리사회의 통상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에는 선물제공과 함께 각종 청탁이 난무하는 혼탁한 양상으로 바뀌기 십상이었는데, 이러한 양상을 일거에 개혁한 것이 이른바 '청탁금지법'의 입법이었다.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두 가지를 금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금품수수가 금지된다는 인식은 강한데 반하여, 금품수수와 별개로 부정청탁이 금지된다는 내용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되어 이 부분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청탁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청하여 남에게 부탁한다"는 뜻이다. 즉,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부탁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청탁이 문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부탁하는 사람과 부탁받는 사람 사이의 부정한 관계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이를 14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다.
부정청탁이 문제되는 이유는 그로 인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고 청탁을 하게 되면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심지어 성적까지 조작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 결국 학교에서의 학생들 간의 공정한 경쟁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청탁행위는 절대로 금지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직자가 불법행위를 눈 감아 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제3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므로 당연히 부정청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최근 여러 은행과 강원랜드 등의 채용비리에 관한 보도에도 등장하였듯이, 일반 기업체에서 누군가의 청탁을 받고 특정지원자를 다른 사람보다 특혜를 주어 우선 합격시켰다면 경쟁시험에서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탈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이 또한 절대로 금지되어야 한다.
과거에 청탁은 만나서 대면하고 해야 했지만 오늘날 인터넷시대에는 사이버공간을 통해 은밀하게 청탁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청탁의 대가도 각종 사이버머니나 사이버티켓 등 다양한 제공이 가능하므로 이러한 사이버 부정청탁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앞으로 더욱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무튼 청탁이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와 상관없이 그로 인해 선의의 경쟁이 무너지고 다른 사람이 받아야 할 혜택을 가로채며 불법을 눈감아 주는 등 각종 비리의 원인이 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즉, 청탁 자체가 범죄행위가 된다기보다 부정청탁이 부패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하는 것이다. 뇌물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관계없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청탁이라면 모두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은 공직자와 학교 교직원 및 언론사 임직원이다. 따라서 일반인은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공직자 등의 경우에는 누군가의 청탁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은 매우 협소하다. 우리 사회가 더욱 청렴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더라도, 법조계와 금융계, 종교계 등으로는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본인 자신을 위해서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경우는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이러한 청탁이라도 들어주게 되면 처벌대상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아무래도 사후처벌적 기능보다는 사전예방적 기능이 더 크다고 하겠다. 연말연시에 정신 똑바로 차려서 불법청탁을 행하거나 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