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콘텐츠 제공자(CP) 간 망 이용료 협상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CP들의 불공정행위를 제한하는 '망 이용료 협상 가이드라인'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페이스북이 망 이용료 협상과정에서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성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는 지난 13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갖고 망 이용료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논의된 최종 논의 결과는 오는 26일 방통위에 공식적으로 제출돼 향후 정책 추진시 활용될 전망이다.
협의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는 통신사와 CP 모두 정당한 사유없이 망 이용료 협상 및 계약체결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성실협상 의무'를 담았다. 접속경로 변경 등 접속품질 저하가 예상되는 경우, 이용자에게 이를 사전고지 하는 '사전고지 의무'도 포함됐다.
직접적으로 망 이용료 산정기준을 제시하기 보다는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망 이용료 산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법령개정을 통해 망 이용시 통신사의 불공정행위 뿐만 아니라 CP의 불공정행위도 금지행위로 규정된다.
협의회에서 이같은 결론을 낸 것은 앞서 CP와 통신사간 망 이용료 협상과정에서 이용자 피례가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말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일부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느린속도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고 판단,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하며 방통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CP들은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이들 CP들과 협상을 전개하면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CP들도 가이드라인에 대해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망 이용료 협상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용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제정에 환영을 나타냈다. 다만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만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통신사가 계약 상대방, 유형, 용량, 가격조건 및 실제 트래픽량 등을 규제기관에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도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망 이용료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을 때, 비밀유지계약을 이유로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자료제출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김위수기자 withsuu@
이효성(앞줄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3일 실시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전체회의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통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