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기고] 선진 우주개발 협력체 참여 늘려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902102369640001[1].jpg "[기고] 선진 우주개발 협력체 참여 늘려야")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시작한 이래 지난 보름처럼 뜨거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달 28일 독자 개발한 75톤급 액체로켓 엔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시험발사체는 당초 연소 목표를 훌쩍 넘기며 최종 목표인 3단형 누리호 개발에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며칠 뒤엔 KAIST의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이 발사됐고, 연이어 지난 5일 정지궤도 기상관측위성인 천리안위성 2A호도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 개발에 대한 기사들이 연일 국내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란을 장식했고, 국민들은 연구진이 이룬 성과에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일부 언론에는 우주강국이라는 수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주강국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은 분명 우리나라가 진정한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주 개발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소 냉전시대로부터 시작됐다. 양극단의 체제가 명운을 걸로 벌인 경쟁의 산물이었다. 이러다 보니 군사적 우주통제가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주 기술을 통해 얻는 학문적, 생활적, 경제적 편익 등이 커지며 우주개발의 중심축도 안보, 학술, 생활편익, 경제성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특히, 최근 우주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로 쌓아 올린 산업 기반 아래 경제적인 영역에서 민간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인류의 발전과 안전, 신기술 개발을 위해 필요한 영역 등은 국가가 주도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또한 유인 화성 탐사나 달기지 건설 등 우주 개발의 규모가 한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면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우주 개발에서 자신들이 쌓아 온 패권을 지키기 위해 기술이 성숙한 나라들만 협력의 틀 안에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삶의 질 향상이나 국격 제고, 신기술 창출 등 전통적인 우주 개발의 논리 외에도 우주 자원의 확보,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 탐색, 지구의 안전, 사회문제 해결 등 보다 광범위한 우주 개발 논리의 제시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우주 후발국들은 선진국과 경쟁 자체가 어려워 주로 실리적인 우주 개발을 추구한다. 기술과 산업적 역량, 경제력이 부족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우주 개발에서 선진국과 후발국의 이러한 차이는 선진국과 후발국의 격차를 점점 더 크게 만든다.
우리나라 역시 후발국들과 마찬가지로 선택과 집중의 우주 개발을 추진해 왔다. 1996년 처음 우주개발계획을 수립한 이래 우주 개발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해 왔다. 최근 발표된 제3차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도 실리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다행히도 이 과정에서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지만 개발도상국들 가운데는 가장 앞서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위성은 71%로 발사체는 67% 정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직 국가의 투자규모는 미국의 2%, 일본의 20%에 불과하다. 국가 R&D 중 우주개발 예산비율도 4% 미만에 머물고 있다. 우주 산업의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 기반 역시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다른 후발국들과는 달리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한 전략 기술 획득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확보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 선진국들의 국제 협력에 참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자력으로 우주발사체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시험발사체 발사의 최종 목표인 누리호 개발을 통해 자력 우주 수송 수단을 확보하고, 그것으로 달 탐사까지 이뤄낸다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스스로 원하는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되는 것 뿐 아니라, 우주 탐사 분야에서 선진국들과의 국제 협력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발사체 발사는 비록 발사체 기술 자립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주는 첫 열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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