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유창근 사장 잇단 사퇴
'잘해야 본전' 대체자 찾기 난항
이동걸 산은 회장 자충수 지적
'잘해야 본전' 대체자 찾기 난항
이동걸 산은 회장 자충수 지적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임기 2년을 넘게 남긴 상태에서 일주일새 잇달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모두 KDB산업은행을 대주주로 한 기업들로, 이동걸 회장의 공개적인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들 회사 모두 경영이나,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을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 힘들어 결국 이동걸 회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유창근 사장은 최근 3월 현대상선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의를 밝혔다. 정성립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표적인 두 회사의 사장이 잇달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30일 기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의 지분 각각 55.7%, 13.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만큼 각 회사 대표 선임에 입김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유 사장과 정 사장은 작년 주주총회에서 오는 2021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바 있다.
하지만 임기 보장 이후 이동걸 회장의 압박이 시작됐다. 작년 기자간담회 등 공식 석상에서 현대상선에 대해 경영진 교체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는 정반대로, 산업은행 출신을 현대상선으로 보내고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유 사장을 강하게 질타 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변심에 유 사장이 느낀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유 사장 입장에서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발주하는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이 투입되는 오는 2020년을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있었던 만큼 이미 예견된 실적 부진에 채찍질만 가했던 산업은행이 야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성립 사장의 경우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조선 빅딜' 진행 과정에서 배제된 데 대해 그동안 쌓여왔던 반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던 만큼 경영상황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4분기 역시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수조원의 자금을 거둬들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대상선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유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해운업 특성상 대외적인 변수가 많았다"며 "컨테이너 운송 시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데다 국제유가 흐름을 한 치 앞도 볼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두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백 상태가 된 CEO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양쪽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잘해야 본전'인 만큼 누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게 각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전문가 출신 CEO 인력 풀도 제한적이다. 현대상선 내부나 한진해운 출신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CEO의 경우 현재 임금으로는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이미 상황을 뻔히 다 아는 전문가들이 선뜻 나서려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지분이 현대중공업에 넘어갈 경우 현대중공업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만 사장으로 있게 돼 임시로 자리를 채우는 꼴이 되는 셈이다.
김양혁기자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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