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연결·금강산 관광·자원 개발
경협 30년 경제적 효과 170조원
국제·정치적 관계로 잇단 위기도
위기 딛고 재도약의 날 학수고대
경협 30년 경제적 효과 170조원
국제·정치적 관계로 잇단 위기도
위기 딛고 재도약의 날 학수고대
美北 '하노이 核담판' 결렬
미북 하노이 선언 불발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남북 경협의 꿈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8일 하노이에서 오찬을 취소하고 당초 서명키로 했던 하노이 공동선언 일정도 취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미북 담판은 완전한 결렬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남북 경협의 꿈 역시 또 다시 언제 풀릴지 모를 걸림돌에 걸린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도 분위기에 따라 20%가량 폭락했다. 그만큼 우리의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17년 말에 내놓은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으로는 개성공단으로 이에 따른 경제 효과는 1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뒤를 이어 금강산 관광은 4조원, 단천 지하자원 개발 4조원, 조선협력단지 3조원, 남북철도·도로연결이 2조원의 경제효과를 낳는 것으로 예상됐다. 과거 통계를 봐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인 지난 2015년 남북간 교역액은 3조에 달했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남북사업은 남과 북의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진전될 남북경협의 대표적 사례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외자 유입 전 북한 투자를 선점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현대화 사업이 본격 추진됐던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이다. 남북은 2007년 5월 17일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을 진행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문산역에서 개성역으로, 북한은 금강산역에서 제진역으로 열차를 시험 운행했다. 또한 2007년 12월 11일부터 2008년 11월 28일까지는 파주 도라산역에서 개성 판문역까지 화물열차를 총 448회 운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철도 협력 사업은 모두 중단됐다. 남북을 오가던 화물열차도 2008년 11월 멈춰 운행이 재개되지 않았다.
철도 및 도로 현대화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추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동해서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8월13일부터 20일까지 경의선 도로 '개성~평양'간 161km 구간의 공동조사가 이뤄졌다.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현대화 착공식이 열리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31일 남북도로 협력실무접촉 동해선 현지조사 추진 논의가 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금강산 관광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해 이번 하노이 회담과 함께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남북 경협 사업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다시 진행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다만 미북 대화가 여전히 진행되면서 기대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금강산 관광은 유엔 제재의 예외 조항을 둔 관광 분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떼를 이끌고 방북하면서 지난 1998년 1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5년 6월까지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금강산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고성군 관광객 수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690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관광은 잠정 중단됐다. 게다가 북한이 2011년 4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전담사인 현대아산이 가지고 있던 독점사업권을 취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아산은 1조 5000억원 규모의 누적 손실액을 기록한 바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하거나 당국 간 회담도 열렸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관광사업 재개를 위한 3대 조건으로 △진상규명 △재발방지 약속 △신변안전 보장 등을 제시하자 북측이 반발하면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기업의 부동산·자산을 몰수·동결하기까지 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재발시키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재개=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미 관련 법조항을 손보겠다고 움직일 정도로 관심이 큰 남북 경협사업이다. 2004년 가동부터 2016년 중단까지, 남북경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개성공단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진행됐다.
한국의 현대아산과 북측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2000년 8월 9일 체결해 밑그림을 짜고, 같은해 북측이 11월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하면서 사업이 구체화됐다.
착공에 돌입한 것은 2003년 6월로, 12월15일 첫 제품을 생산했다. 다음해 6월에는 시범단지 성격으로 2만 8천평의 부지가 조성됐고, 2007년에 1단계 분양 및 1단계 1차 기반시설이 준공되면서 운영이 본격화됐다.
북한 내부에서는 개성공단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면서 인기를 끌었고, 커피, 라면 과자 등의 간식을 제공받으려고 야근을 자처한다는 보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이후 꾸준히 진행되지 못하고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힘 없이 휩쓸렸다. 북측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북측 근로자를 철수하면서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 가동이 중단됐다 재개됐고, 이후 북측이 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임금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개성공단이 중단 수순에 돌입한 계기는 200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같은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결정적이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개성공단 축소 운영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카드를 꺼내들면서 개성공단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현진·황병서·임재섭·주현지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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