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핵무기 · 시설 포기 재요구
영변카드론 핵심제재 해제 불가
영변카드론 핵심제재 해제 불가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모든 핵무기와 시설을 포기할 것으로, 반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시하면 대북제재 해제를 내어줄 것으로 잘못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2차 미북정상회담에 관여한 당국자 6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애초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일괄타결(그랜드바겐)을 요구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시설을 포기할 경우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역대 미국 행정부가 제안하고 북한이 거부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요구사항"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당초 미국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은 핵무기 포기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또한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신을 능숙한 협상가로 자평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NYT는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오판했다. 이미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심적인 제재조항들을 해제하자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NYT는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뒤덮을 신문 헤드라인이 필요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만으로 합의하면 곳곳에 핵 프로그램을 숨겨둔 젊은 지도자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북의 시각차는 실무협상부터 뚜렷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에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광범위한 제재 완화를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 협상팀은 영변 핵시설 중 어떤 시설을 해체할지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었으며 '오직 김 위원장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카드'를 제시하며 5건의 대북 제재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은 '백업 플랜'이 없었다"면서 "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매우 자신있게 기대하면서 하노이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NYT는 "결국 과도한 자아(ego)가 나쁜 베팅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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