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감사보고서 '공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감사의견으로 '비적정(의견거절 또는 한정)'을 받으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거래정지, 상장폐지되는 종목들이 속출하면서 투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월18~22일) 코스피 상장사 4곳이 매매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만 코스피 상장사 9곳이 매매거래 정지 철퇴를 맞았다.
올해 새로 적용된 새 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안) 시행으로 감사 기준이 강화된 탓이다. 새 외감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내부 회계 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 수준으로 올린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감사인의 책임을 대폭 강화해 회계기준 위반이나 오류가 드러나면 경중에 따라 징계하도록 했다. 또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하게 해 한 회계사의 감사 결과가 추후 다른 회계사에게 다시 평가를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유수의 대기업 또한 깐깐해진 감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식거래를 지난 22~25일까지 정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고 거래가 정지 됐다. 모기업 금호산업 역시 잠정적으로 '한정' 의견을 받았다. 거래소는 두 종목을 25일에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6일부터 거래를 재개할 방침이다. 한화, 웅진, 크라운해태홀딩스 등 다른 대기업들도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못 지키자 안심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감사의견으로 '비적정'을 받은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크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무보증사채·기업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하향검토'에 등록한다고 밝혔다. 바로 아래 단계인 'BB+' 등급부터는 '투자부적격'에 해당된다. 'BB+'로 하향될 경우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채권의 기한이 상실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장단기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검토'로 변경하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아시아나항공이 '2018년 결산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표명되면서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상장규정 개정으로 기업들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도 곧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상황은 면했지만, 재감사를 받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기 전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것은 그대로여서 투자자들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은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아직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코스피, 코스닥 기업도 49건(코스피 12곳·코스닥 37건)에 달한다.
안지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올해 회계부터 220개 상장사에 대해 주기적 감사인 선임을 예고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해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며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 및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주가의 급등락, 대거 퇴출 우려 등이 불거지며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