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랩 'ARM 서버' 해외인기
자체 개발… 클라우드에 최적화
자체 개발… 클라우드에 최적화
"낮은 가격과 전력소모가 특징인 ARM(암) 서버로 글로벌 서버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 클라우드·엣지컴퓨팅에서 강점이 많아 출시 전인데도 해외에서 먼저 알고 찾아오고 있다."
유명환 엑세스랩 대표(사진)가 일반 태블릿PC보다 작은 크기의 보라색 기판을 보여줬다. 다음달 출시하는 ARM서버 'V-랩터 SQ'다. ARM은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영국 반도체 기업으로, 전력소모가 적고 가격이 저렴한 서버·PC용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유 대표는 "이 기판 하나가 바로 서버 한대"라면서 "일반 인텔서버보다 전력을 4분의 1 덜 쓰고 ROI(투자대비효과)는 최소 10~20배"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서버산업 불모지 한국에서 7년간 ARM서버 개발에 매달려 왔다. 그 결과물이 다음달 시장에 나온다. 24코어 CPU(중앙처리장치)와 16GB(기가바이트) 서버 전용 메모리, 256GB SSD가 마더보드 하나에 올라간다.
이 보드는 더 큰 서버 기판에 32개까지 꽂힌다. 박스 안에 CPU 코어 786개가 들어가는 고집적 서버다. 고집적이 가능한 이유는 전력소모가 적어 열 방출도 낮기 때문이다. 노트북 한대를 돌리는 전력으로 마더보드 10개, 즉 서버 10대(240코어)를 가동할 수 있다.
유 대표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ARM 기반 슈퍼컴퓨터가 지난해 세계 슈퍼컴 성능순위에서 처음 300위권에 들었다"면서 "에너지·환경 이슈가 커지는 만큼 전기를 덜 쓰면서 성능도 뒤처지지 않는 저전력서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고 말했다.
대학에서 네트워크를 전공하고 SW 개발경험이 많은 유 대표는 '세계에서 나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다 저전력서버 개발에 도전했다. 국내 서버기업들이 메인보드부터 대부분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지만 보드부터 케이스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두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한 그는 2011년 세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ARM CPU를 탑재하고 클라우드와 연결돼 가볍고 저렴한 컴퓨터 개발이 목표였다. 유 대표는 "원래는 애플 같은 컴퓨터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면서 "암 CPU로 서버, 노트북, 데스크톱PC까지 만든다는 계획 하에 서버부터 도전했는데 서버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2017년말 2년 넘게 개발해 서버 제조까지 끝냈는데 CPU 공급기업이 M&A로 사라졌다. 다시 잡은 CPU 회사는 M&A 이슈 속에 사업방향이 모호해지며 소식이 끊겼다. 세번째 선택한 CPU 회사는 일본 소시오넥스트다. 1㎓ 64비트 CPU로, 로엔드 서버에 적합하다. 보통 서버 한대가 700~1000W(와트)를 소모하는데 V-랩터 SQ 보드는 최대 15W다. 같은 성능 기준으로 4분의 1 이하다.
유 대표는 "최소 몇백와트를 덜 쓰는 건데 서버 한대가 쓰는 5년간 단순 전기세만 계산해도 1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전력소모가 낮아 열 발생이 적으니 데이터센터에 높은 밀도로 설치할 수 있어 ROI가 최소 10~20배"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와도 특성이 잘 맞다.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는 코어가 많으면 컨테이너 성능이 올라가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면 코어가 많은 CPU가 좋다. 코어 대비 단가에서도 ARM이 인텔을 앞선다. 전용 공간이 없는 현장에 설치하는 엣지컴퓨팅용 서버에도 최적이란 설명이다.
유 대표는 "인텔서버로 되는 것은 100% 할 수 있고 단 한가지 차이는 안 써봤다는 것뿐"이라면서 "올해 PoC(성능테스트)와 제품 판매를 통해 평판을 얻고 국산서버의 경쟁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국내 부품기업, 보드·케이스 제조사, 서버 납품·기술지원 회사들과의 공조체계도 완성했다. 기술력과 마인드를 가진 협력기업을 수년간 공들여 찾아다닌 결과다. 제품이 SNS와 외신에 소개되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미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연락이 온다. 출시 전임에도 첫 공급계약을 미국 하와이주립대와 맺었다. 섬 특성상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하와이주립대는 1년에 한두번 정전이 되는데 UPS(무정전전원장치)로 버틸 정도의 저전력서버를 찾다 엑세스랩을 찾았다. 독일 리눅스 기업 수세와는 리눅스용 서버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엣지컴퓨팅 데이터센터 기업인 미 패킷과는 서버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 일본은 총판을 정하고 국내와 같은 4월에 제품을 출시한다. 일본을 중시하는 것은 소프트뱅크 투자유치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으면 전세계 ARM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클라우드·SI·솔루션기업, 슈퍼컴퓨터 연구기관과도 제품공급·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적합한 만큼 오픈소스 클라우드 기술인 오픈스택 채택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유 대표는 "운영비가 적게 들어가니 공공기관과 클라우드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다"면서 "대기업 IT회사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영업임원을 영입해 영업채널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V-랩터 SQ 출시 후에는 바로 다음 개발을 시작한다. 저전력 인공지능 칩을 탑재하고 서버 기판 하나로 된 초소형 엣지용 AI서버를 하반기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 미 캐비엄의 ARM CPU를 탑재한 고성능 저전력 서버를 호스팅·클라우드 기업 대상으로 내년초 내놓을 예정이다. 상주직원 5명을 포함, 개발자 10여 명이 유 대표와 호흡을 맞춘다. 전문 SW를 탑재한 특화 어플라이언스와, 서버 수가 많을 수록 보안성이 좋아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용 시스템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실패로 힘들던 시절에는 건물 옥상과 물가에는 안 갔다"는 유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강해진 멘탈로 세계적 기업들이 경쟁하는 글로벌 서버 시장에서 틈새 솔루션으로 당당히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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