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도 신형 쏘나타를 '중형차의 무덤' 유럽시장에 투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2009년 NF쏘나타 이후 판매를 접은 지 3세대 연속이다. 현지 중형차 수요가 적은 데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미 작년 3월 8세대 쏘나타를 유럽시장에 출시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현대차가 지난 3월 21일 신형 쏘나타 출시 행사를 개최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출시 1년 전부터 이미 유럽 미출시 방침을 세운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쏘나타는 지난 2009~2010년경부터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판매한 쏘나타는 NF 모델로, 이번 DN 역시 유럽 미출시 계획이기 때문에 YF, LF에 이어 3세대에 걸쳐 유럽 판매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쏘나타 판매를 접은 배경은 한정적인 수요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쏘나타가 속한 D세그먼트 차급은 전체 차급별 판매 비중에서 10.6%를 차지했지만, 해마다 감소해 올해 7.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유럽은 대중차 브랜드에게 '중형차의 무덤'으로 꼽힌다. 소형차와 해치백,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등에 쏠린 현지 소비자들의 확고한 입맛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폭스바겐 역시 유럽 중형차 시장에 뛰어들려다 실패했다"며 "유럽의 경우 중형차 차급 점유율이 적은 데다, 해당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이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가 유럽에서 판매 중인 승용차 제품군을 살펴보면 i10부터 i20, i30, i40를 비롯,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대부분이 소형차 위주다. 상용차를 제외하고 가장 큰 차는 SUV인 그랜드 싼타페다. 그랜드 싼타페는 싼타페의 롱바디 모델로, 국내서는 맥스크루즈라는 차명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유럽 미투입 대신 SUV 제품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쏘나타로 유럽에 다시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가 같은 체급인 옵티마(국내명 K5)를 유럽에서 판매 중이다. 옵티마 외에도 옵티마 스포츠 왜건, 스포츠 왜건 GT,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스포츠 왜건 PHEV 등 파생 모델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쏘나타가 속한 체급의 차량 수요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파생 모델 출시로 다시 유럽에 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기아차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만큼 출시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