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추진… 예산낭비 우려
기획재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4월 하순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년간 '재정문지기' 역할을 해온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낮추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도 내놨다. 재정전문가들 사이에서 "예산안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추진되는 이른 추경과 예타 제도 완화로 국가 재정 악화와 예산 낭비가 빚어질 것"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 세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예타 기간 단축과 수도권·비수도권 평가항목 비중 이원화 등을 뼈대로 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도입된 예타 제도가 20년만에 전면 개편되는 것이다.
개편방안에 따르면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 평가 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예타 제도를 전면 손질해 5월부터 적용한다. 비수도권은 균형발전평가 비중을 지금보다 5%포인트 높여 30∼40%로 조정하고, 경제성 비중은 5% 낮은 30∼45%로 축소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이 적기에 추진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방 광역시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면 수도권 사업은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만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정책성 평가시 일자리와 주민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안정성 등 주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정책효과 항목을 신설해 평가하기로 했다. 원인자 부담 등으로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 완공 후 운영비 조달이 어려운 사업 등은 특수평가 항목에서 별도로 고려한다. 정부는 사전 준비절차 등을 강화하면 예타 조사기간이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철도는 1년 6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사회간접자본과 건축 등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연구개발 사업은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가 예타 조사기관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토목·건축·복지 등의 비정형사업을 담당할 예타 조사기관에 조세재정연구원을 추가로 지정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광역시는 예타 통과 여부와 관련해 플러스 요인이 강하게 있겠지만 수도권은 통과율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추경 편성도 급물살을 탄다.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세먼지, 수출 등 경기 대응, 일자리 등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해 4월 하순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추경 규모가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수준에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규모를) 선언적으로 얼마다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사업목적과 금년도 집행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추경 사업을 엄밀히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IMF 연례협의 한국미션단은 한국 경제가 올해 2.6∼2.7% 성장을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GDP의 0.5%는 약 9조원이다. 이에따라 추경 규모가 9조원을 다소 하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난 대규모 예타 면제를 발표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속전속결식으로 예타 개편방안을 내놓고, 조기 추경에 나서는 것은 지역균형발전과 경기 진작 등의 요인보다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 성격이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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