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DT현장] 증권사가 `동네북`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0902102269061001[1].jpg "[DT현장] 증권사가 `동네북`인가")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 외국계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한 'FSS SPEAKS 2019'에서 발표한 올해 업무방향을 두고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투자부문을 총괄하는 모 임원은 이같이 일갈했다. 혁신시장을 조성해달라는 금투업계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면서도 내부통제에만 급급한 금융당국의 태도를 비판한 발언이다.
주말을 앞두고 있었던 이날 금감원의 증권업계에 대한 평가와 당부는 단순했다. 소비자보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조연설에서 "금융포용은 전세계 지속가능 발전의 핵심동력으로 간주돼 그 중요성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일,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끌며 사회에 기여하는 일은 애초에 금융이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을 포섭하는 데서 출발한 금융포용이 최근 모든 계층에 합당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대된 만큼 접근성 제고에 더해 금융소비자 보호 개념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라고 윤 원장은 설명했다. 금융사의 내부 통제와 금융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했다.
불공정거래나 소보자보호에 집중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금투업계 스스로도 내부통제나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불공정거래나 소비자 보호 소홀에 대해서는 따끔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인지한다.
문제는 금투업계의 역할과 기능이 무시됐다는 점이다. 감독당국의 방점이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지나치게 쏠려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균형 감각이 없어서다.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정은 필요하지만 기능까지 흔드는 규제는 시장의 존립을 위협한다. 결국 반시장이다.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금융사의 경영 시스템과 운용프로세스, 조직 구조 등도 변화된 환경에 변화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역량 강화를 등한시하면 한 순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것이 시장이다.
이르면 이달 금감원은 4년 만에 종합검사에 나선다. 과거 금융회사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폐지됐지만 금감원이 지난해 부활시켰고 시범 운영을 거쳐 이번에 최종적으로 시행 방안이 확정됐다. 종합검사 수검대상 금융사 선정을 위한 세부지표를 마련한 뒤 하루 만이다.
이른바 유인부합적 검사다. 소비자 보호 수준과 재무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등을 감안해 평가가 미흡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경영상황과 주요 리스크를 중점 점검해 미흡하단 평가를 받은 회사를 대상으로 경영상황과 주요 리스크를 중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특히 증권사 종합검사에서 고위험 상품과 위험자산 관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첫 타깃은 보험업권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보험사가 최근까지 암보험 미지급 민원,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 등으로 감독당국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으면서다.
당장 '테마검사'를 앞둔 금투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미 건전성을 감독받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할 중복 검사로 혁신성장이 저해될 것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을 발판으로 업무 활동 반경을 넓혀야 하는 대형증권사의 경우 본연의 역할까지 제한될 것이란 우려다. 증권사로 하여금 기업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독려할 땐 언제고 앞장 서 발목을 잡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묶어놓고 수술하든지, 국영화하라는 비아냥도 흘러나온다.
금투업계 육성 여부는 이제 금융당국 판단에 달렸다. 국내 금투업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리스크가 다름 아닌 금융당국이란 비판이 나와서야 되겠나.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국내 증시 속에 소비자 후생과 금투업계 생태계를 함께 아우를 시장 친화적인 논의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hj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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