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DT현장] 진영 장관의 엄중한 책무](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1102102269650001[1].jpg "[DT현장] 진영 장관의 엄중한 책무")
취임식에서 진 장관은 "산불과 함께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행안부의 막중한 사명과 임무를 엄중히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한단계 진전시키고, 국민이 주인인 정부, 통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아직 산불 후속조치에 여념이 없는 진 장관이 재임 중 전력을 기울여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바로 정부혁신, 국가대전환이다. 진 장관도 취임사에서 정부혁신을 언급하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정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산불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갔다면 변화를 거부하는 정부, 구시대적인 국가는 국민의 미래를 훔쳐간다. 아직 공무원들은 '부처유별' 프레임에 갇혀있다. 부처간 경계를 성역같이 구분하고 내가 제대로 못할 망정 다른 부처로 기능을 넘기는 일은 목숨 걸고 막는다. 부처별 칸막이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 원인이다. 융합 영역에서 꽃피우는 각종 신산업이 협업하지 않는 정부 때문에 싹조차 틔우지 못한다. 여기에다 각자도생 분위기가 공무원 조직에도 스며들면서 부처 내에서조차 조직간 협업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최근 본지가 '국가 혁신성장 과제'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에서 기술혁신 전문가들은 정부혁신을 더이상 늦춰서는 국가 미래가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시민과 산업, 시장은 기술과 생활방식 변화에 적응하며 살 길을 찾는데 정부가 과거의 틀을 벗지 못하고 국가 전체의 혁신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처간 칸막이를 강제로 해체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고, 인사부터 감사, 평가까지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디지털시대에 맞춰 정부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 각국은 부처간 구분 없는 '원 거버먼트'를 목표로 정부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부처 간 장벽을 낮추고 각 부처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한 다부처 연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부처 내에 데이터책임자(CDO)를 두고 데이터 기반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선진국으로 평가받아 왔으면서도 디지털혁신 부문에서는 유독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바꾸는 열쇠를 쥔 부처가 바로 행안부다. 정부혁신과 지역혁신, 시민사회 혁신을 아우르는 역할을 갖고 있다. 정부도 정부혁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작년부터 정책 밑그림을 그린 데 이어 지난 2월 올해 추진할 6대 혁신분야를 발표하며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관간·기관내 칸막이 제거와 공공구매조달 혁신,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이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모호한 키워드와 하나마나한 모음식 정책발표에 그치지 않으려면 강력한 추진체계와 실질적인 자원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진두지휘할 추진체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전면 혁신하고 부처들을 연결해 '원 거버먼트'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그동안 진행해온 전자정부 정책은 새 미션에 맞게 디지털 정부혁신 프로젝트로 재설계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 정부 당시 11대 전자정부 과제, 참여정부 시절엔 31대 전자정부 과제를 추진하면서 범정부 예산을 확보해 강한 추진력을 확보한 상태다. 범정부 특별위원회와 독립 사무조직을 두고 특정 부처에 제한되지 않은 국가 차원의 변화전략을 실행으로 옮겼다.
전자정부 덕분에 정부 경쟁력과 투명성이 급격히 올라갔고 국민들과 관공서 간의 거리가 사라졌다. 이제 부처간 거리를 없애고 국가가 국민에 서비스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급한 불을 끈 진영 장관이 내공을 모아 해내야 할 무거운 과제다. 이를 잊어선 안될 것이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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