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하락·각종 규제강화 여파
기업활력 저하… 수출 회복 더뎌
민간투자 활력 높이는 방향으로
향후 경제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기업활력 저하… 수출 회복 더뎌
민간투자 활력 높이는 방향으로
향후 경제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수출 5개월연속 마이너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형 국가인 한국은 수출 증감률에 따라 경기 기상도가 함께 춤춘다.
반도체 단가하락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내리막길을 타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분기에 바로 이어지는 4월 수출이 경기 호전이냐 둔화 폭 확대냐의 분기점이 된 이유다. 2분기 성장도 4월 수출 상황에 달려있다. 현장 상황을 종합하면,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하락세와 정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투자를 줄이는 등 수출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488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반도체·석유화학 수출단가 하락, 중국 경기 둔화 등 경기적 요인이 지속되면서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 단가가 51.6%나 하락한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부문은 수출물량 증가(7.6%)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 및 미국의 공급물량 확대로 5.7% 감소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가 지난해 4월 배럴당 68.3달러에서 올 4월 70.9달러로 상승했음에도 미국발 공급물량이 확대되면서 석유화학 수출 단가가 10.7% 하락했다. 수출 감소폭이 한자릿수로 둔화하고 수출물량이 2.5% 증가로 돌아서는 등 개선 조짐도 엿보였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향후 수출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 속에서 1분기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반도체 단가 및 수요 회복, 중국시장 개선, 수출대책 효과 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4월 조업일수가 하루 많고, 지난해 4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였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물량이 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점이 수출 하락폭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4월 수출은 0.8% 증가한 것이고, 중국 제외 시에는 1.1% 감소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 상승도 수출 기업에는 호재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3월과 4월 2개월 연속으로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것을 '수출 반등'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수출 경기 저점으로 판단하기에는 수출 여건도 녹록지않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고 수출단가가 4월에도 계속 하락해 수출 반등의 동력과 모멘텀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미국, 중국을 제외한 세계 10대 수출국들이 계속 수출 부진을 겪고 있어 대외 수출여건이 여전히 엄중하다는 것이 정부 인식이다.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4조1000억원으로 10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역시 1조36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기업들의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적기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민간 경제계의 요구다.
한국 경쟁력의 척도이자 총체적 집약체인 수출이 회복탄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생산성 하락과 반시장 정책,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기업 활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수출이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3.1%로 지난 2017년 3.2%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상승 등으로 한국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밀리는 양상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수출을 증가세로 끌어올리려면 무역 금융 확충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투자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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