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 1600㎞ 주행했는데..."
자동차리콜센터에 잇단 신고
시동 문제는 편의성으로 해석
결국 보증·무상수리 등 가능성
"현행법상 리콜 결정 어려울 듯"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코리아가 수입·판매한 일부 지프 차종에서 발생한 '시동 꺼짐' 현상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는 차주들이 정부 측에 조사를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동이 안 걸리는 현상은 주행 중 발생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결함시정(리콜) 명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뿔난 지프 컴패스 차주들…"이게 차냐"= 6일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리콜센터에 올라온 (올 뉴 컴패스의)신고 건수는 5건으로 내용 확인을 위해 제작사에 정보 요청을 신청했으나, 답변 내용이 부족해 추가 정보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달 말까지 확인한 신고 건수는 5건이지만, 자동차리콜센터 확인 결과 5월 들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한 차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피해차주 일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모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로 일관됐다. 차주 A씨는 "작년 12월 말 차량을 받아 1600㎞ 주행을 했는데, 시동 걸 때 불안정하게 걸린다든지, 안 걸리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차주 B씨는 "주차장에 주차해둔 상태에서 다시 주행하려고 시동을 커려니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차주는 "주말에만 주로 차를 사용하는데, 횟수로 따지면 하루에 9번 정도 안 걸린 적도 있다"며 "시동 안 걸림 현상이 안 나타나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은 차량 수입·판매사인 FCA코리아 역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은 "제작사는 PCM(파워트레인 컨트롤 모듈) 업데이트로 개선 가능하다고 하나 업데이트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어 해당 현상에 대한 추가 정보 요청 중"이라고 설명했다. PCM은 스위치와 센서로 부터 입력 신호를 수신해 엔진과 차량 작동을 조정하는 장치다.
현재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을 겪은 차주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현상 발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딱히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하고 있다. 차주 B씨는 "시동이 걸리지도 않는데 이게 차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현행법상 리콜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해당 증상의 경우 주행 중 발생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강제적인 결함시정(리콜) 명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피해차주들은 차량 판매사 측이 실시하는 무상수리나, 보증수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같은 차에 같은 부위에 고장이 여러 건 생기면 결함일 부분 가능성이 있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 측면이라기보다는 편의 쪽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리콜로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주행 중 발생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과 연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기계적인 결함으로 추정돼 소비자 입장에선 차량 교체까지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 역시 무용지물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새로 산 자동차에서 결함 발생 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의미한다. 소비자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2만㎞ 미만을 주행했을 때 같은 문제로 중대한 결함이 2회, 일반 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하면 교환이나 환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을 '일반 결함'으로 해석한다 해도 아직 FCA코리아 측은 레몬법 적용을 검토만 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레몬법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제조사나 판매사가 중재 규정을 수용하고 소비자와 신차 매매계약을 맺을 때 해당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차주들이 회사 측이 제시하는 조처에 따를 수밖에 없다. 김필수 교수는 "피해 차주들로서는 소비자원에 신고를 한다든지 적극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는 귀책 책임이 소비자에 있기 때문에 메이커에서 나 몰라라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