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관할권 '밥그릇 싸움' 양상
융복합화·미디어 크로스 현상에
규제권한 놓고 부처간 갈등 심화
융복합화·미디어 크로스 현상에
규제권한 놓고 부처간 갈등 심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일원화'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정보통신·방송 주무부처인 두 정부부처가 과거처럼 방송통신 역무를 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합산규제 논란의 최대 이해 당사자인 KT가 두 부처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위기에 처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유료방송 시장의 공공성 제고 방안 등을 담은 사후규제안을 제출했다.
문제는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과방위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제시한 공공성 제고방안을 검토한 뒤 합산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두 부처가 합산규제는 물론 유료방송 역무를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면서 정부 합의안을 만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고제 vs 인가제 놓고 충돌= 과기정통부는 지난 16일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제 도입과 인수 합병 시 지역성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과기정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은 유료방송 이용요금을 현재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되,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소채널 상품 요금은 승인제를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방통위도 이날 오전 과기정통부에 별도의 안을 제출 했지만 국회에 제출된 과기정통부 정부안에는 방통위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았다. 방통위 안은 과방위와 반대로 유료방송 요금인가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를 '시장집중 사업자'로 지정해 시장교란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방통위는 유료방송사간 M&A 과정에서 방통위 사전동의 근거 신설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유료방송사간 합병에 따른 변경허가는 방통위에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기업 인수 시 변경승인은 사전동의가 필요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SO의 인수 관련 심사항목을 평가해 방송의 공공성·지역성 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현재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과정에는 관여할 수 있지만,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인수 심사에는 손을 쓰지 못한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나"=국회에서는 방통위의 의견이 수렴된 정부 최종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두 부처간 의견 취합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두 부처간 유료방송 규제에 대한 인식차가 워낙 큰 데다, 내대외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관할권을 둘러싼 부처간 '밥그릇 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처간 단일안 도출 실패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유선방송사업자인 CCS충북방송이 재허가에 실패하면서 두 부처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조건부 재허가 의견'으로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했지만, 방통위는 재허가를 반대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결국 당시 결정에 따라, CCS충북방송은 9월 문을 닫을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과 ICT 종합전략 부처로 유료방송은 물론 통신·인터넷 정책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반면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와 종편, 보도·PP·광고·편성에서의 방송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ICT 기술과 미디어 시장이 융복합 되고 있고, 통신사업자인 IPTV사업자가 미디어 업체인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 크로스' 현상이 본격화 되면서, 규제권한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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