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국내 담배업계에 '2차 전자담배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을 평정한 '쥴'과 이에 맞선 KT&G의 '릴 베이퍼'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리더 자리를 놓고 정면 승부를 벌인다. 특히 아이코스보다 늦은 출시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선도업체 자리를 내준 KT&G가 이번에는 '토종 강자'의 자존심을 지킬 지 관심이 모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는 이날부터 전국 CU와 릴 미니멀리움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세븐일레븐과 GS25에서 쥴의 판매가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7년 아이코스의 상륙 이후 담배 시장에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코스 출시 후 전자담배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2017년 2분기 200만갑 수준이었던 국내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 9200만갑으로 40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에서 때아닌 흡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쥴 역시 아이코스 못지 않은 파급력을 갖고 있을 것이란 평가다.
KT&G는 아이코스에 '선수'를 내주며 안방 시장을 빼앗긴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KT&G가 선보인 궐련형 전자담배 릴은 아이코스보다 출시가 반 년이나 늦으면서 시장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을 아이코스가 60% 이상 가져간 것으로 본다. 릴은 20~30% 수준으로 아이코스의 절반에 불과하다. 릴이 아이코스보다 기기 편의성, 가격 등에서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코스의 시장 선점이 큰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쥴이 정식 출시된 지 불과 사흘 만인 27일부터 릴 베이퍼를 출시하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승부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쥴이 갖고 있던 단점들까지 개선해 편의성을 더 높였다는 설명이다.
릴 베이퍼는 '퍼프 시그널'을 도입, 한 개비 분량의 담배를 피울 때마다 진동을 통해 알려 주도록 해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의 단점을 개선했다. 쥴에 없는 마우스 커버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해 보관 시 위생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쥴 출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지만 KT&G가 늦지 않은 시점에 릴 베이퍼를 출시하면서 우려를 상쇄했다"며 "출시 직후부터 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쥴과의 경쟁으로 전자담배의 주 판매처인 편의점 3사 중 CU에서만 판매가 시작된 것이 초기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쥴이 GS25와 세븐일레븐을 포함, 2만개가 넘는 판매처를 확보한 데 비해 KT&G는 1만2000여개 점포를 보유한 CU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이다.
KT&G 측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판매처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출시 초 다른 편의점으로 판매처가 확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만 놓고 보면 릴 베이퍼가 쥴보다 부족하지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처 확보는 풀어야할 숙제"라며 "출시 초기에 어디까지 이슈몰이가 될 수 있을지가 승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KT&G가 27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출시, '쥴'과의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