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 車 배출가스 전쟁②] 잊을만하면 터지는 ‘디젤게이트’

입력: 2019-05-28 15:30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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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작’ 안한 업체가 없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사 도약을 위해 합병을 추진 중인 프랑스 르노와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는 모두 한국에서 배출가스 논란에 시달렸다. 르노와 얼라이언스(동맹) 관계에 있는 일본 닛산 역시 마찬가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조작 사례가 없는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으로부터 촉발한 배출가스 조작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폭스바겐발(發) 디젤게이트…독일·일본 등 국적불문 =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서 배출가스 조작 판정을 받은 수입업체는 폭스바겐, 아우디, 닛산, 포르쉐, FCA 등이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관련 조사를 받는 만큼 조작 업체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직접적인 배출가스 조작은 아니지만,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BMW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에서의 '배출가스 전쟁' 신호탄은 폭스바겐이었다. 2015년 '희대의 사기극'이라 불리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한국 정부 역시 관련 조사에 적극적으로 착수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2016년 닛산이 캐시카이가 폭스바겐처럼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프랑스 르노의 스페인공장에서 생산한 QM3를 수입·판매하는 QM3의 경우 과도한 양의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회사 측의 개선대책 마련으로 과징금이나 결함시정(리콜)과 같은 철퇴는 피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경유차 '천국'으로 불리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에서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본격적인 경유차 때리기가 시작됐다. 기존 배출가스 조작 차량이 유로5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유로6 차량에서도 줄줄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줄지어 밝혀졌다. EU는 피아트 경유차가 주행 20분 후 NOx를 저감하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조작했다고 지적했고, 독일 교통부도 아우디, 포르쉐, 벤츠 등 자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다.

◇철퇴 이후에는 줄줄이 '소송'…"과징금이라도 깎자" = 국내서 배출가스 조작 판명을 받은 업체들은 하나같이 법정으로 달려갔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조작' 업체로 낙인이 찍힌 만큼 이미지 회복 차원이라기보다는 부담해야 할 과징금을 깎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배출가스 조작 판정을 받은 폭스바겐, 아우디, 닛산까지 모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배출가스 조작 판정을 받은 FCA코리아 역시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다.

하지만 승률은 사실상 '0%'다. 법원이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제풀에 지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국닛산이 캐시카이에 대한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이다. 1심에서 환경부가 승소하자 한국닛산은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