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금융당국이 30일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은 자율성은 높이되 안정성은 강화한 시장과 감독체계 동시 개편을 양축으로 한다. 파생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문턱을 낮춰 투기적 수요까지 흡수해 판을 키우고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해외파생시장으로 떠난 기관투자자 마음을 돌리기 위한 활성화 방안은 보다 속도감있게 추진한다. 외국인 투자자 편의성은 높이고 시장조성 기능은 확대하는 등 파생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때 세계 1위였던 국내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지금은 9위다. 파생상품이 주는 부가가치는 보지 않고 투기적 거래로만 접근한 탓이다.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규제 후유증에 고사 직전까지 몰린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파생상품 기본예탁금 1000만원으로 낮춘다= 오는 10월부터 일반 개인투자자가 선물·옵션을 매수할 때 필요한 기본예탁금 3000만원(매도시 5000만원)이 1000만원으로 낮아진다. 손실 감내능력을 감안해 전문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폐지했다. 예탁금은 일종의 보증금으로써 고객이 손실을 볼 경우 결제에 충당하기 위해 증권사가 받는 최소금액을 말한다. 파생상품 거래에 앞서 필수로 받아야 했던 사전교육(30시간)과 모의거래(50시간) 시간도 각각 1시간, 3시간으로 확 줄였다.
증거금과 중복된 기본예탁금은 없애고 형식적인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는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업계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4분기 내 추진할 과제로 설정하고 파생상품시장 업무개정과 시행세칙 및 금융투자회사 업무 규정 개정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로 쫓겼던 국내 투자자 돌아올까= 파생상품 신용위험거래 증거금은 해외 수준으로 합리화된다. 장내파생상품 신용위험거래 증거금 산정시 한도 초과액 100%에 더해 추가적으로 담던 신용위험한도 10% 요건을 폐지한 것으로 앞으로는 한도 초과액(100%)만 반영한다.
위탁증거금 전액(현재 70%)을 위험노출액에 반영하거나 신용등급별로 증거금을 부과하는 글로벌 기준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증권사와 선물사 협업 강화는 유도한다. 별도의 파생거래 인력을 두기 어려운 증권사와 선물사 간 협업을 통해 위험헤지 거래 등을 원활히 할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A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 운용부서에서 해외 선물옵션 야간거래를 주문하면 B 선물사가 이를 대행처리해 유지비용은 줄이고 전문성은 높일 수 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으로 기관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실제 작년 말 기준 국내 파생상품시장 비중을 보면 외국인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등 외국인투자 중심의 쏠림이 심화한 상태다. 개인(33%)과 기관(35%), 외국인(31%) 거래비중이 균형적 수준을 유지하던 2011년과 대조적인 것으로 국내 파생시장이 '외국인 놀이터'로 불리는 이유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위험관리 기준이 적용된 위험관리 증거금 한도로 기관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 비용이 높아 참여가 제한됐기 때문"이라며 "금융투자업자 간 겸영업 제한 등으로 선물사 등 파생전문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됐던 것도 문제가 됐다"고 봤다.
외국인투자자 편의성은 높인다. 거래축약서비스를 노입해 자본운용 한도를 늘리고 비상시 모든 호가를 취소할 수 있게 해주는 '킬스위치'를 투자자별로 작동할 수 있게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저유동성 상품엔 인센티브"…시장조성기능 강화= 주식옵션과 중소형 지수선물 등 저유동성 상품에 대한 시장조성 대가는 대폭 확대한다. 현행 80~100%인 위험부담률을 200%로 대폭 늘린 것으로 연계상품 코스피200옵션 등 주식옵션과 섹터지수선물에도 시장조성대가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지천삼 거래소 파생상품 본부장보는 "저유동성 상품은 최우선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 간극이 넓어 시장조성의무 수행과정에서 시장조성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참여유인이 적다"며 "미니선물·코스닥150선물 등의 거래량 증가에도 주식옵션이나 중소형 지수선물은 오히려 감소추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파생시장 발전방안 대환영"…이행 속도 관건= 시장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증권사 파생운용부문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에 있어 합리적 수준의 완화와 기관의 참여 확대 등을 담은 방향성은 그간 시장의 바람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일관성 있는 정책을 시도해준다면 진정한 환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담보돼야 시장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며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발맞춘 금융당국의 속도감 있는 지원을 주문했다. 현재 직면한 파생시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속도감있는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춘 방안으로 옵션승수까지 낮추는 방안까지 과제에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생색내기용' 수준에 그치지 않기 위한 실질적인 실행 방안이 세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진입장벽을 낮춘 만큼 중앙청산소(CCP) 청산대상 확대나 거래정보저장소(TR) 운영 등 투명성과 정보접근성 개선 방안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며 "회원사 부담을 일정부분 증가시키는 요인인 만큼 의견수렴 과정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차현정기자 hjcha@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