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성희롱 가해자에게 공개사과문을 쓰게 한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이동근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 A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학은 지난 2017년 14학번인 A씨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유일한 여자 동기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는 이유로 200시간의 봉사명령과 공개 사과문 게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에 A씨는 징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징계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성희롱적 발언이었다고 인정되고, 징계의 수준도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단톡방 발언 중 성희롱적 표현이 상당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같은 판단을 했다. 다만 공개사과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우선 고등교육법이나 이 학교의 상벌규정,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처리 규정상 공개 사과문 게재가 징계의 종류로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공개사과가 규정에 포함됐다고 해도 이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정도로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는 윤리적 판단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않을 자유, 즉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며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않은 윤리적·도의적 판단을 외부에 표시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침묵의 자유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특히 "공개사과 명령은 비행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A씨에게 비행을 자인할 것을 강요한다면 이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고, 공개 사과문이 민·형사소송에서 불리하게 사용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이동근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 A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학은 지난 2017년 14학번인 A씨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유일한 여자 동기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는 이유로 200시간의 봉사명령과 공개 사과문 게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에 A씨는 징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징계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성희롱적 발언이었다고 인정되고, 징계의 수준도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단톡방 발언 중 성희롱적 표현이 상당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같은 판단을 했다. 다만 공개사과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우선 고등교육법이나 이 학교의 상벌규정,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처리 규정상 공개 사과문 게재가 징계의 종류로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공개사과가 규정에 포함됐다고 해도 이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정도로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는 윤리적 판단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않을 자유, 즉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며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않은 윤리적·도의적 판단을 외부에 표시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침묵의 자유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특히 "공개사과 명령은 비행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A씨에게 비행을 자인할 것을 강요한다면 이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고, 공개 사과문이 민·형사소송에서 불리하게 사용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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