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수출 10년만에 최대폭 감소
일 규제까지 겹쳐 최악 리스크
일 규제까지 겹쳐 최악 리스크
수출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8%에 달한다.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한 데다 하락 폭이 커지면서 한국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5% 줄어든 44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2016년 1월 19.6% 감소 이후 3년 5개월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정부가 지난 3월 수출 활력 제고 대책까지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일본이 1일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 수출 규제까지 가시화하면서 한국 경제 최악의 리스크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6월 수입이 두자릿수(-11.1%) 감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수출 감소에 따른 감소 요인 외에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생산기반 약화와 설비투자 감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그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던 세계 교역도 휘청인다. 전체 수출의 25%를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은 미·중 무역 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기업 제재 등 통상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중국 제조업 경기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에 따라 6월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24.1% 감소했다. 2009년 1월(-38.6%)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품목별 대중 수출(6월 1∼25일)은 반도체가 -30.7%, 석유화학 -30.8%, 석유제품 -25.1%, 디스플레이 -27.2%로 주력 품목이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단가 하락이 결정적 요인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함에 따라 수출 구조가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수출 전망도 비관적이다.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급락은 수출 부진 장기화를 예고한다. 산업전문가들은 세계 주요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으로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하반기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춤추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기대비 -8.3%로 27개월 만에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 수출도 반도체가 꺾이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하락세로 돌아선 뒤 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 관리 규정을 바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 첨단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1일 발표했다.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은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필수 소재여서 현재로선 한국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주재한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이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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