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가 겹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상대국과의 확전은 자제하고 수출산업은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국 간의 소모적 논쟁이 공멸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정경분리의 기조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산업고도화를 통해 품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전문가들은 당장 현안으로 부닥친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확전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갈등에 있어 핵심은 불매운동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일본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안 다치는 것"이라면서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에 따라 정부가 WTO에 일본을 제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의 대응은 일본이 더 까다롭게 나올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 교수는 "정부가 정치와 경제의 문제를 분리하는 이른바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 포지셔닝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중국이나 북한과의 경도된 입장에서 벗어나 중림적으로 입장을 끌고 나가고 경제의 축인 기업의 역할을 자율로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에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간재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한일 간의 중간재 규모가 약 300억 달러이고, 이 중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측이 수입하는 것은 200억달러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것은 100억달러에 불과하다"면서 "이전보다 중간재 영역에서 우리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팀장은 "결국엔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만 기업들이 중간재 영역 등에서 산업고도화라는 결실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제조업 산업에서 벗어나 IT와 디지털을 활용한 융합서비스 산업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매해 경제성장률의 2배 정도 높은 경향성을 띄었는데, 금융위기 이후 두 수치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면서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이 같은 내부적 한계와 더불어 미중갈등이나 일본의 보복조치에 따른 외부적 환경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IT와 디지털을 접목한 융합형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좀 더 기업들이 혁신적인 사업들을 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