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T현장] `0%대` 물가, 누구 말이 맞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0402102269727001[1].jpg "[DT현장] `0%대` 물가, 누구 말이 맞나")
이처럼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따로 노는 것은 왜인가. 한은은 '관리물가'가 반영되면서 물가지수를 끌어 내렸다고 지목하고 있다.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둔화시키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는 데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은 총선이 치러지는 해다. 관리물가의 역할이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정부의 '복지 드라이브'로 관리물가가 낮아진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둔화시키는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리물가에 대한 명확한 국제 기준은 없다. 다만 복지정책 확대가 관리물가 개입을 키웠고, 이것이 인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현행 물가 집계 방식에서는 정부 복지정책이 확대될수록 물가가 하락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초등학교 급식비를 내주면 가구가 구입한 서비스 가격이 '0원'으로 계산되는 식이다. 병원검사료, 치과보철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영향으로 하락한다.
최근 물가안정상황점검 발표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성장률이)정부 전망치를 하회하고 경제가 어려운 것을 저희들도 왜 모르고 있겠나"면서 "중앙은행은 과거에 비해 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부복지가 확대되는 한,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물가를 좌우하는 많은 요인 중 통화정책(금리인하)은 한가지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화정책을 하반기 펼친다 하더라도 부작용이나 효과 반감이 걱정이다.
그러나 근원인플레이션이 1%대를 밑돈 점은 '내수 부진에 따른 저물가'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6월 근원물가지수는 0.9% 상승하는 데 그치며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계로도 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상반기 누계 0.3% 상승에 이어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근원물가가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복지확대, 부동산시장 억제책 등이 시행돼 공급 측 물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부진에 따른 마이너스 수요압력이 저물가현상을 낳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의 낮은 물가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이나 투자를 늘릴 요인은 더욱 줄어들어 불경기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
그러나 관리물가 반영이든, 내수 부진이든 공통된 것은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문제가 없는 지 더 늦기 전에 점검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통화정책만 거론할 게 아니라 재정정책시 정부가 무상복지 확대에 푸는 세금을 내 돈 쓰듯이 하는 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향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지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도, 한은도 "(한국의)성장률이 OECD 상위에 속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다고 해도 OECD 국가 중 물가수준은 낮지 않다"고 상반기 내내 일관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징후가 있는데 일본식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이 점차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실생활 체감물가는 도외시하고 타성적인 통계만 바라본다면 우리 경제를 왜곡되게 판단할 여지는 커진다. 정확한 물가지수 개편 뿐 아니라 원인과 전망도 냉철하게 내놓을 때다.
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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