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세계 경제와 반도체 시장 간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이 성장하면 반도체 시장도 커지고, 그 반대면 반도체 시장도 위축한다는 뜻이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통상갈등이 반도체 시장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6년 간 세계 GDP와 반도체 시장 간 상관계수는 0.88로 직전 9년(2010~2018년) 0.87보다 0.01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이 계수는 1에 가까울 수록 반도체 시장과 세계 경제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계수는 0.92로 더 높아진다고 IC인사이츠 측은 덧붙였다.
일본이 본격적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던 1980년대까지 이 계수는 0.35에 머물렀고, 1990년대 한국과 대만이 양산을 시작할 당시는 -0.10까지 숫자가 떨어졌다. 당시에는 공급업체들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세계 경제성장과 관계없이 반도체 시장이 위축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상관계수는 0.63으로 급증했고, 이후 9년 동안은 0.87까지 상승했다.
IC인사이츠 측은 "인수·합병(M&A) 등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수가 줄면서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것"이라며 "여기에 반도체 시장이 소비자 주도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움직임도 작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전 반도체 시장에서 비즈니스용과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 비중이 6대 4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반대의 양상을 보이는 만큼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IC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세계 경제와 반도체 시장의 동반위축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작년보다 9.6% 줄어들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고, 같은 시기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하향조정했다. 가트너의 경우 지난 분기 3.4% 하락을 예상했지만, 6.2% 포인트를 추가로 낮춘 것이다.
한편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 미 전자업계 6개 단체가 최근 한·일 양국에 수출규제 해소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는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전반적인 IT제품의 생산·소비 위축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