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이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내놓기 5년 전에 한국은 이미 관련 내용이 모두 포함된 '국가혁신체계(NIS)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연구개발(R&D) 사업화가 더디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은 문화와 제도적 수준이 협력을 위한 신뢰를 형성하기에 부족했기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산업연구원(KIET)의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의미와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국가혁신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했고, 생산기술원 등 제조혁신기관도 오래전부터 보유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기술에 의한 4M D램 개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개발 등 성공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 내 혁신의 사업화와 협력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산업공유자산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6월 발표된 한국의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제조업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내용이 빠짐없이 담겨 있고 제조업이 혁신성장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제조현장에서 이뤄지는 학습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축적과 혁신을 해야 다음 혁신의 토양이 되게 할지에 대한 자세한 방안은 잘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내에서 제조 기반을 지키도록 유인해야 하며 그 유인의 핵심은 산업공유 자산"이라고 밝혔다. 산업공유자산이란 여러 산업의 제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지식과 실용적 기술, 공급망, 생산 역량, 물질, 기기 등 산업생태계의 총합을 뜻한다.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총 11개 전략 중 8번째로 '산업인재 양성 로드맵' 수립이 포함돼 있다. 박유미 KIET 연구원은 "평생 교육과 재직자 훈련 기회 확대 전략은 이전에도 있었던 인재 양성안인데 왜 그동안 성과가 부족했는지 복기가 필요하다"며 "학습 시간 확보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 인재 생애주기에 맞는 학습 자원과 비용 지원 등의 여건이 어느 수준으로 조성됐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세부 전략을 수립할 때는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서 볼 수 있듯 긴 인내심과 장기적 전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가 제조업에 관심을 가지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IET는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기업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옴)이나 투자를 하게 된 이유는 해외 생산의 부정적 요소보다 국내 생산의 긍정적 요소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2010∼2018년 미국으로의 리쇼어링과 투자 요인에 대한 이 설문 조사 결과, 품질·재가공·보증 미흡 등의 부정적 해외요인을 꼽은 응답자가 301명에 그친 반면 정부 지원(844명), 시장근접(818명) 등 긍정적 국내 요인 때문이라는 반응이 월등히 높았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지역성이 강한 산업공유 자산'을 형성하기 위해 공공·민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와 인적 자원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R&D는 미국에서, 제조는 해외에서'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제조업 르네상스'를 시작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한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인재확보와 공공·민간 협력 구축을 뼈대로 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한 결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75만7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고 전했다. KIET는 제조 없이 다음 세대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새로운 기술·혁신은 기존 제품과 공정을 다른 산업이나 목적에 새로이 적용해보면서 발전되는데 이는 기존 제조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이 이미 잃고서 탄식하고 있는 그 제조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 강국"이라며 "제조업 르네상스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기반의 잠재성을 재평가하면서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기술 대신 장기적 추진 주체인 '인재'로 전략의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29일 산업연구원(KIET)의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의미와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국가혁신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했고, 생산기술원 등 제조혁신기관도 오래전부터 보유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기술에 의한 4M D램 개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개발 등 성공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 내 혁신의 사업화와 협력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산업공유자산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6월 발표된 한국의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제조업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내용이 빠짐없이 담겨 있고 제조업이 혁신성장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제조현장에서 이뤄지는 학습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축적과 혁신을 해야 다음 혁신의 토양이 되게 할지에 대한 자세한 방안은 잘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내에서 제조 기반을 지키도록 유인해야 하며 그 유인의 핵심은 산업공유 자산"이라고 밝혔다. 산업공유자산이란 여러 산업의 제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지식과 실용적 기술, 공급망, 생산 역량, 물질, 기기 등 산업생태계의 총합을 뜻한다.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총 11개 전략 중 8번째로 '산업인재 양성 로드맵' 수립이 포함돼 있다. 박유미 KIET 연구원은 "평생 교육과 재직자 훈련 기회 확대 전략은 이전에도 있었던 인재 양성안인데 왜 그동안 성과가 부족했는지 복기가 필요하다"며 "학습 시간 확보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 인재 생애주기에 맞는 학습 자원과 비용 지원 등의 여건이 어느 수준으로 조성됐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세부 전략을 수립할 때는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서 볼 수 있듯 긴 인내심과 장기적 전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가 제조업에 관심을 가지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IET는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기업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옴)이나 투자를 하게 된 이유는 해외 생산의 부정적 요소보다 국내 생산의 긍정적 요소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2010∼2018년 미국으로의 리쇼어링과 투자 요인에 대한 이 설문 조사 결과, 품질·재가공·보증 미흡 등의 부정적 해외요인을 꼽은 응답자가 301명에 그친 반면 정부 지원(844명), 시장근접(818명) 등 긍정적 국내 요인 때문이라는 반응이 월등히 높았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지역성이 강한 산업공유 자산'을 형성하기 위해 공공·민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와 인적 자원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R&D는 미국에서, 제조는 해외에서'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제조업 르네상스'를 시작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한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인재확보와 공공·민간 협력 구축을 뼈대로 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한 결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75만7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고 전했다. KIET는 제조 없이 다음 세대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새로운 기술·혁신은 기존 제품과 공정을 다른 산업이나 목적에 새로이 적용해보면서 발전되는데 이는 기존 제조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이 이미 잃고서 탄식하고 있는 그 제조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 강국"이라며 "제조업 르네상스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기반의 잠재성을 재평가하면서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기술 대신 장기적 추진 주체인 '인재'로 전략의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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