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포럼] 韓日 고령세대, 누가 더 잘사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0202102369061001[1].jpg "[포럼] 韓日 고령세대, 누가 더 잘사나")
그런데 그렇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일 고령세대 사이에는 은퇴후 경제여건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일본 고령세대들은 가계부채를 거의 다 갚고 은퇴를 한다. 2017년 일본 가계조사연보에 의하면 가계저축액 대비 부채비율(부채액/저축액) 평균은 40세 미만에서는 179%로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60대가 되면 11%로, 70세 이상에서는 5%로 낮아진다. 반면 우리나라 가계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30대에 131%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후 크게 낮아지질 않는다. 60대 이후에도 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은퇴후에도 저축액 대비 과다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한·일간에 이런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보유 금융자산 절대액의 차이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금년 3월말 현재 일본의 가계금융자산은 1835조엔(약 1경9988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같은 시점의 우리나라 가계금융자산은 3816조원 규모다. 여기에서 가계부채를 차감하고 다시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순가계 금융자산은 일본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고령세대가 일본과 달리 은퇴후에도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주택구입 관련 부채를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30년 정도의 장기론으로 주택을 매입하여 은퇴 무렵까지는 대부분의 주택론 상환을 끝낸다. 버블경기 붕괴후 지난 30년 사이에 일본의 주택가격이 최고점 대비 1/10 수준으로 하락한 사례가 수두룩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우스푸어가 많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주택매입자금의 상당부분을 금융기관 단기차입금으로 조달했기 때문에 은퇴 무렵이 되어도 저축액 대비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은퇴후 달리 수입도 없는 상태에서 일본에서 있었던 것과 같은 주택가격 급락현상이라도 나타난다면 하우스푸어 속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연금을 통한 노후준비 수준 또한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다. 우리가 복지선진국이라고 하면 노후자금으로 몇억원씩 들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된 나라가 선진국이다. 일본은 바로 그런 선진국중 하나이다. 학교 교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보통의 직장인들도 월평균 21만엔(약 229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는다. 여기에 자신이 현역시절에 모아둔 노후자금을 약간만 보태면 안심하고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학교 교직원과 공무원을 제외하면 노후생활비를 연금으로 보장받고 있는 고령세대가 거의 없다. 보통사람들이 받고 있는 연금이라면 국민연금 하나 정도인데, 65세 이상 고령세대중 국민연금을 약간이라도 받는 분의 비율은 37%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월수령액 50만원 미만이 76%를 차지하고 100만원 이상 받는 분들의 비율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상용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가입하고 있는 퇴직연금도 평균적립금액은 280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1년 생활비에도 부족한 금액인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몇 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한데, 그 점에서도 한·일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직장인의 경우는 촉탁, 재고용 등으로 신분의 변화가 수반되기는 하지만, 본인이 희망만 하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65세까지는 일을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퇴직연령은 51세이다.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
공기업도 55세, 중소기업은 51세, 대기업은 49세이다(2017년 잡코리아 조사). 퇴직 후 재취업을 한다 해도 주된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절반 수준을 받기가 쉽지 않다. 20% 수준까지 떨어지는 걸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부채상환도 끝나지 않았고 연금수입도 턱없이 모자라는데 재취업시장마저 이런 형편이라면 노후생활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고령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사회복지혜택 또한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양국의 베이비붐 기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47년부터 평균출산율 4.4명 시기 3년, 3.3명 시기 3년, 총 6년으로 끝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1954년부터 평균출산율 6.2명 시기 8년, 5.4명 시기 5년, 4.5명 시기 7년, 3.3명 시기 4년으로 베이비붐 기간이 무려 24년이나 계속 되었다. 고령세대들이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이 일본에 비해 그만큼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고령세대들이 일본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은퇴환경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노후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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