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오는 2022년을 목표로 미국 픽업트럭 시장 동시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의 시장 진출이 기정사실로 하는 가운데 현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2022년 상반기 중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프로젝트명 TJ, TK 등 콤팩트 픽업트럭 생산을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생산물량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미 현대차의 픽업트럭 시장 진출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디트로이트오토쇼에서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내놓은 이후 수차례 출시 계획이 언급된 바 있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가장 인기 있는 차급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딜러들 역시 픽업트럭 출시 요청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UV 시장 확대에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도 픽업트럭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미국공장은 세계 주요 공장 중 가장 저조한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현대차 미국공장 가동률은 올해 1분기 기준 88.1%로, 국내(95.8%), 인도(105.1%), 체코(88.2%), 러시아(126.7%), 브라질(97.2%) 등과 비교해 가장 낮다. 같은 기간 기아차 미국공장 역시 가동률 75%에 그치며 국내(97.4%), 슬로바키아(99%), 멕시코(79.8%) 등과 비교해 가장 저조하다. 현대·기아차의 미국공장은 작년 역시 각각 87.2%, 70.5%로 가장 저조한 가동률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기존 생산차를 통해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자동차 시장 수요가 세단에서 SUV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기존 쏘나타, 아반떼, K5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G2 중 하나인 미국에서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신차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미 양국이 재협상한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현대·기아차의 픽업트럭 현지 생산에 힘을 실어준다. 양국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2041년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관세가 붙을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사실상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길은 막힌 셈이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포드, GM(제너럴모터스),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 등 미국 '빅3'가 픽업트럭 시장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꽉 잡고 있다. 일본 도요타, 닛산 역시 승용차와 달리 픽업트럭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둘 만큼 진입장벽에 높다. 포드의 대형 픽업트럭 F시리즈가 1975년부터 40년 이상 연간 판매 1위 모델에 오를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픽업트럭 시장 진출에 고심하는 배경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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