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Inc. 중국전략분석가
![[포럼] 홍콩시위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2302102369061001[1].jpg "[포럼] 홍콩시위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나")
이날은 첵랍콕 공항을 점거한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람차오'(攬炒)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폭력시위 진압 훈련 광경을 공개한 중국 무장경찰 부대는 홍콩 경계를 넘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는 거리에 주둔하고 있었지만 투입되지는 않았다.
시위대의 주장은 홍콩특별행정구가 추진 중인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 제정을 취소하고, 홍콩 행정수반 선거를 민주적으로 하라는 것, 중국의 지지를 받는 캐리 람 행정수반은 사퇴하라는 것, 폭력을 행사한 경찰들을 처벌하라는 것 등이었다. 'Free Hong Kong', '홍콩 독립'(香港獨立) 구호도 내걸렸다. 대부분 중국대륙에서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체제가 들어서자 홍콩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예인 시위자들에게 범죄인 인도협정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2014년 9월에 이어 올해 3월부터 다시 벌어진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1997년 7월 홍콩의 주권이 아편전쟁 이후 150년 만에 중국으로 반환될 때 문제의 씨를 내포한 것이었다. 주권 반환과 함께 적용 실시된 홍콩 기본법 제5조는 "50년간 홍콩에서는 사회주의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돼 있다. 1982년 중국 최고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회담으로 시작된 홍콩 주권반환 협상은 10여 년 만에 "홍콩의 자본주의를 50년간 인정한다"는 덩샤오핑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아이디어에 따라 타결됐다. 그리고 주권 반환 후 22년이 흘렀고, 덩샤오핑과 대처가 약속한 50년의 시한이 앞으로 28년 뒤로 다가왔다.
홍콩의 20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통치가 앞으로 20여 년 뒤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이제 미래가 아니라 얼마 안가 다가올 현실이 됐다. 비록 식민지이기는 했으나,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를 교과서로 해서 3권 분리가 보장된 민주주의를 경험하며 맛본 자유를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된 것이 홍콩주민들이다. 그런 홍콩주민들에게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중국공산당이 리드하는 사회주의 홍콩은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체제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대만 내정부 통계에 따르면 홍콩에서 대만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지난 6~7월 두 달 동안 681명으로, 최근 들어 월별로 45~60%씩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만의 임금 수준은 홍콩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만이 아니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의 주권 반환이 사회주의 중국으로 이뤄지면서 홍콩에 '한 국가 두 체제'를 허용한 덩샤오핑의 일국양제론은 결국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어느 날 사회주의 사회로 전환될 경우 사회주의 사회를 선택할 사람들의 숫자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덩샤오핑과 대처가 홍콩반환 협상을 시작한 1980년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판단 착오'라는 것이 현재 홍콩의 시위로 입증된 것이다. 현 추세 대로라면 앞으로 28년 후 자본주의 홍콩이 사회주의 홍콩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가까워질 때 자본주의 국가로 이주하지 않고 홍콩에 남을 사람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중국의 국제정치학자들 가운데 남북한 통일이나 통합도 중국과 홍콩 사이의 일국양제 방식으로 할 것을 권유하는 의견을 이미 공개적으로 제기한 일이 있었다. 현재 홍콩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는 일국양제 결합의 한계를 보여준다. 홍콩 시위는 남북한의 일국양제 결합이나 연방제 통일 주장이 결국은 눈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미봉책이라는 사실의 입증을 예고하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