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포럼] 공정성 잃은 공영방송 가짜뉴스 부추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2602102369061002[1].jpg "[포럼] 공정성 잃은 공영방송 가짜뉴스 부추긴다")
경제 문외한인 필자는 우리 경제가 위기인지 아닌지 단정적으로 말할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우연인지 현 정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안전판 없는 분배정책으로 많은 경제주체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우리 경제가 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급기야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로 낮춘 전망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 같은 경제 문외한들조차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언급하는 인터넷 뉴스는 가짜뉴스라고 대통령이 단정지어버리면, 국민들이 판단해야할 진위 여부를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가 하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그 같은 발언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언론인권운동을 오래 해왔다는 분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 놀랍기조차 하다. 물론 인터넷이 헌법적으로 언론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가짜뉴스처럼 적지않은 폐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맞다. 이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의 진위를 놓고 규제여부를 판단한다면 규제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놓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욕망은 역사 이래 모든 권력의 공통적 속성이었다. 심지어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던 토마스 제퍼슨조차 대통령 임기 중에 언론을 많이 원망했다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권위주의 군사정부는 아예 논할 가치조차 없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언론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이른바 '조·중·동'과 전쟁을 치뤘다. 그 결과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개정 신문법은 결국 대법원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폐기됐다. 인터넷에 적대적이었던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신문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결국 유명무실한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두 사례는 내용의 진위 아닌, 집권세력에 대한 우호를 가지고 규제대상을 정하는 선악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책임 같은 명분을 내세웠지만 많은 국민들은 정파적 이해득실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나쁜 언론'처럼 특정 대상을 목적으로 하는 '처분적 규제'가 되면서 위헌·위법성이 내재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불행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많은 비판과 반대를 감수하고 제정한 법이지만 실효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은하계처럼 급팽창하고 있는 언론매체들과 인터넷 표현물들을 규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결과적으로 정권의 눈에 난 것들만 규제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형평성이나 규제실효성 같은 이유로 위헌 여부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파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독임제 대통령제에서 집권 세력이 진리마저 독점하고 싶은 욕망은 부정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일 것이다. 실제로 역사상 모든 정권들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전유(專有)하고자 했다. 이를 억제하고 인내한 정치권력은 민주주의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고, 부정하고 강압하려 했던 정치권력은 민주주의를 퇴화시키는 일이 반복되어왔다. 가뜩이나 공영방송과 기성언론들의 공정성 문제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부 비판적 뉴스들이 급증하는 것은 이를 보완하려는 시장의 자정능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대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인터넷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기존 언론의 보도 공정성과 품질을 제고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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