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포럼] 위안화 연동 원화의 悲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2702102369061001[1].jpg "[포럼] 위안화 연동 원화의 悲哀")
요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올라 몇 달 전과는 다른 1200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1200원대는 보통 경제위기 징후가 보일 때 나타나는 원화 환율 수준이다. 1990년 이후 원화 환율이 1200원에 육박하거나 넘었던 때는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국내외 경제충격이 있었다. 당시 상황은 위기 우려가 드는 상황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가 발생했었다. 또한 금융시장 불안에 머문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피해가 있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이러한 큰 충격은 아니지만 위기 징후가 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수준까지 상승했던 적이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우리 경제에 위기 시그널이 보였던 때가 아니라 중국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던 시기였다. 바로 이 점이 걱정된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고, 우리나라 경제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2018년 중국에 대한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7%를 점했다. 단일 국가로는 다른 국가가 따라올 수 없는 '넘사벽'이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상품만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가 아니라, 서비스와 투자 거래 측면에서도 흑자를 가장 많이 거두고 있는 국가다. 2015년~2017년간 연평균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기록한 경상흑자 규모는 444억 달러로 전체 경상흑자 946억 달러의 약 47%에 이른다. 현재 국내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 초입으로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좋게 보는 배경에는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있다. 외환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없었다면 외환건전성도 달리 평가받을 수 있다.
실물 부문 뿐만 아니라 금융 부문에서도 과거보다 중국과 연관성이 더 커졌다. 금융은 실물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의 주요 변수가 한중 양쪽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 흐름이 과거보다 더 비슷해졌다. 원화 가치가 과거에는 달러화 가치에 크게 영향 받았다면, 최근에는 위안화 가치에 더 크게 영향 받고 있다.
위안화 흐름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영향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계 경제와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대해서 미국의 견제는 강해질 것이고 중국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관세 부과로 인한 중국 상품 가격경쟁력 약화를 상쇄하려고 할 것이다. 최근 중국 외환당국이 7위안 돌파를 허용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었던 것도 원화와 동조성이 강해진 위안화 환율의 7위안 돌파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와 동조성이 더 강해진 원화 가치. 향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보다는 상승 기조(원화 가치 하락)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최근에는 한일 교역갈등, 홍콩의 시위 격화 등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요인으로 동북아시아권의 경제와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도 가시지 않고 있다. 먼 타지에 가족을 보내 계속해서 환전을 해야 하는 우리 기러기들의 걱정 또한 늘고 있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