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포럼] `머신러닝` 파괴력에 주목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2702102369660001[1].jpg "[포럼] `머신러닝` 파괴력에 주목하라")
머신 러닝은 사람의 뇌신경망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기계를 만들어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시켜 인간과 같은 직관을 갖도록 한다. 이론은 70년 전에 나왔지만 두 가지 큰 장벽 때문에 꿈으로만 남아 있었다. 기계가 학습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데이터와 천문학적인 계산량이다. 그러나 구글 등 검색엔진의 발달로 데이터 축적량이 천문학적으로 늘었고, 반도체 기술의 획기적인 진보로 계산 속도가 크게 증가하여 꿈이 현실로 바뀌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을 이긴 것은 머신 러닝에 있어선 역사적인 사건이다. 알파고는 16만 건의 프로 기사 기보를 학습했는데, 사람에겐 천 년 이상 걸릴 일이다. 사람을 흉내 낸 기계가 인류가 수천 년 축적한 지식을 7개월 만에 학습하여 세계 최고수를 꺾은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알파고의 후예인 알파고 제로는 어떠한 기보나 바둑책도 보지 않는 셀프 학습을 통해 알파고를 100대 0으로 이겼다. 오로지 바둑 규칙 하나만 가지고 입문에서 시작하여 72시간 만에 세계 최고에 올랐다.
이 무시무시한 결과 뒤에는 강화 학습이라는 새로운 머신 러닝 기법이 있다. 강화 학습은 인간이나 동물의 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학습 과정을 따른다. 즉 강아지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일일이 지시하지 않고 바람직한 행동을 먹이로 보상해주어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뿐 아니라 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 머신 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전 세계를 지배하는 독점력을 급속하게 키워가고 있다. 우리가 몇 시간씩 유튜브에 탐닉하는 것도 머신 러닝에 의한 영상 추천 알고리즘 때문이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도 머신 러닝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큰 기대에 비해 초라한 결과가 많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머신 러닝이 아닌 '미신 러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생초보를 3일만에 '바둑의 신'으로 만들 수 있는 머신 러닝이지만 이런 슈퍼 머신을 만들기까지 수십 년에 걸친 시행 착오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수집, 학습 과정 설계, 결과 측정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인력이 축적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목표에 맞게 학습시킬 방대한 데이터의 축적이다. 이런 지식, 인력, 데이터의 축적을 가진 회사만이 이 슈퍼 머신을 원하는 목적에 맞게 길들일 수 있다. 이렇게 에어비앤비는 원하는 숙소를, 페이스북은 보고 싶은 소식을 올려주는데 어느 기업이 이들을 꺾을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수준에 있을까? 포스코나 삼성전자가 커지기 전의 우리나라 제조업과 비슷하다. 막대한 양의 글로벌 데이터를 축적한 페이스북, 우버, 아마존, 유튜브 같은 미래형 초대기업이 우리에겐 아직 없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적인 머신 러닝 기술과 인력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글로벌 수준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처리하는 회사로 빠르게 자라도록 우리 기업들에 더 많은 자유를 주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이 우리 기업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이미 뒤졌는데 족쇄까지 매달고 따라갈 수 있을까? 3일 만에 신의 경지에 오르는 알파고 제로의 가공할 학습 속도를 보면서 우리나라 미래 산업에 대한 공포감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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