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포럼] 반일·반미, 과연 국익 위한 것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0202102369660002[1].jpg "[포럼] 반일·반미, 과연 국익 위한 것인가")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매우 실망, 여전히 실망"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외교부는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실망 표출 자제'요청을 했는데도 미 국무부는 '우려와 실망'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은 미국이다. 청와대는 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이라고 했다. 미국 들으라고 한 말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반미로 가려는 과정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동맹이 흔들리면 국익도 흔들린다. 이전 완료 또는 예정인 26곳의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반환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반미감정이 묻어나는 이런 말과 발표를 미묘한 시기에 왜 했을까. 미국은 4~6일 열리는 '서울안보대화'에 불참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어리석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비록 적이라도 악수를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국익을 위한 반일과 지소미아 파기는 억지다. 반일은 애국이 아니다. 극일(克日)을 해야 한다. 반일감정을 부추기며 죽창 들고 의병(義兵)을 일으키자는 식으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정을 미리 드러내면 싸움에서 지는 법이다. 1894년(조선조 고종 31년) 동학교도와 농민들이 합세하여 지방관리의 부패와 학정, 조정(정부)의 무능에 죽창을 들고 항거한 운동이 동학농민운동이었다. 의병은 관군(官軍)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민중이 스스로 일어나 외적에 대항하여 싸운 민군(民軍)이다. 죽창과 의병의 등장은 부패하고 무능한 조정(정부) 때문이었다.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출간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친일 시각이며 국민정서에 배치"라는 평가와 "논리적이고 몰랐던 사실들에 눈을 뜨게 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역질나는 책'이라고 평가한 덕인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떤 주장이나 이론에 찬반이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전문가의 학문적 주장을 학문적으로 비판해야지 비전문가들이 마녀사냥 하듯 비방하며 저자들을 친일파로 몰아붙이는 건 일종의 폭력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반일감정을 앞세워 비난대열에 가담한다.
편견 없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편 네 편으로 갈리면 합리적 토론은 없어진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수도 없다. 그동안 제기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정의를 외치며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던 논객들(?)이나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들의 언행을 보라.
많은 예를 들 것도 없다. 누구의 딸에게는 비리입시 행위를 '범죄'라며 입학취소로 몰아갔다. 누구 딸의 논문과 소위 '황제 입시'비리에는 말이 없거나 두둔한다.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장관자리 물러나라고 했던 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불법은 없었다"고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게 부질없는 일이 됐다. 어쩌다가 이런 나라가 됐나. 정치권은 그렇다 치자. 언론이라도 제몫을 해야 하는데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론의 편견과 횡포·오만은 심각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비출 것만 비추는 비틀어진 거울을 가진 언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반일이 반미로 확산되는 조짐은 위험한데 일부 언론과 논객(?)을 자처하는 자들은 이를 부추긴다. 우리의 경제와 안보는 어디로 가는지 불안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진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며 우리의 리더십은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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