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이산가족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해 "지금 이산(가족)이 70년이 됐는데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이산가족의 한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서로 만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선 상봉 행사를 하는 것으로 합의문(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는데 진도가 빨리빨리 나가지 않아서 아쉽다"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상봉 행사부터 늘려가고 화상 상봉, 고향 방문, 성묘 등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희망을 가져주시고 정부의 뜻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송에서 2004년 7월 진행된 제1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모친과 함께 참석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이고, 모친은 함경남도 함주 출신이다.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로 피란을 왔다. 문 대통령은 2년 뒤 거제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는데 정작 우리 쪽 상봉 신청은 순서가 오지 않았고, 이모님이 북쪽에서 신청한 게 선정이 돼서 만나게 됐다"며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워낙 상봉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오는 것은 없다. 앞으로 전면적으로 개방되지 않으면 (가족을 다시) 보기 쉽지 않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함주군, 흥남시의 우리 옛날 살던 곳, 어머니 외갓집을 한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피란민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고통을 떠올리며 "하루 한 끼 정도는 당시 성당에서 배급해주는 강냉이 가루를 받아와서 강냉이죽을 끓인다거나, 밀가루면 수제비를 먹었다"며 "대부분 다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이 별로 창피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명절 때마다 느끼는 실향민으로서 애환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부산과 서울 간에 열 몇시간씩 차가 막혀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그렇게 고생하며 고향을 찾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며 "명절이 되면 우리(실향민)로서는 잃어버린 고향, 부모님들로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그런 것을 그리게 된다"고 했다. 디지털뉴스부기자 dtnews@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 방송 인터뷰를 촬영하면서 이산가족의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