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T현장] 금융은 복지가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402102269727001[1].jpg "[DT현장] 금융은 복지가 아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수천 명에 이르자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송고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을 거듭 거론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전해왔다. 이 상품은 일주일 만에 누적 신청액이 공급 총액인 20조원을 넘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현재 변동금리가 안심전환대출의 고정금리보다 더 높아 갈아타면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일각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순수고정금리 대출자도 넣자 말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소위 '서민안심대출'은 가계부채의 만기 상환위험을 분산하고 금리변동의 영향을 완화하는 명분으로 개발됐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서민'이 빠진 것도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여러분이 보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도 마음 속으로 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깎아주면 해당 안 되는 분들은 왜 나는 안 깎아주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접근하기 시작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애당초 서민을 '정의'하며 수혜 정책을 시행하면 논란은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민형 안심대출이 2015년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다. 정부 재원으로 기존 대출보다 1%포인트나 낮은 이율로 바꿔주니 당연히 관심이 폭발한다. 이자 특혜까지 줘가며 민간 계약에까지 국가가 개입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재원 구조 때문이다.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은행에 대출재원을 제공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기존 대출과 안심대출의 이자 차이만큼 자동으로 손실을 떠안는다. 공기업 손실은 곧 국민 세금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주금공의 백기사가 되는 것도 거론된다고 한다. MBS를 떠 안게 될 은행부담을 덜기 위해 MBS를 한은의 대출용 담보증권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2015년 31조7000억원 규모로 안심전환대출이 이뤄졌을 때도 한은과 정부는 주금공에 4000억원(한은 2000억원, 정부 500억원 현금·1500억원 현물)을 출자했다.
이 상품을 도입하면서 중앙은행이 주금공에 출자하도록 한다면 재정이 할 일을 한은에 떠맡기는 셈이 될 것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특정 대상을 위해 동원해선 안된다. 금융위는 이외에 최근 출시한 고금리 대안 정책금융상품 '햇살론17'의 올해 공급 규모를 20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으로 늘린다. 미취업 청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햇살론 유스(youth)' 상품 출시 계획도 나왔다. 금융위는 내년 은행권을 통해 1000억원 규모를 공급할 계획이다.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금융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은 복지가 아니다. 단순히 퍼주는 복지를 넘어 투자 방식으로 사회·환경에 스며들어야 순기능을 살릴 수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새로 취임했다. 금융권과 시장의 관심은 은 위원장이 '포용금융을 어디까지 확대할까'가 아니라 '포용금융이 퍼주기라는 선입견을 벗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다.
정책금융상품이나 채무자 빚 탕감 등의 금융정책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도 이로운지 따져봐야 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만일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떨어지면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는 게 당장은 유리해도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시장에 맡겨도 된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세금이 계속 오를 일만 남았다. 10월부터 고용보험료가 지금보다 20% 넘게 오른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고용보험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내년에는 건강보험료도 3.2% 인상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2023년이면 순수하게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적자성 국가채무는 사상 첫 7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적자성 국가채무는 순전히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다.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정책이 국민 갈등을 부추키고, 국민의 신뢰에 상처를 줘선 안된다. 더 이상 퍼주기 정책은 형평성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단견적 정책을 금융에까지 전이시킬 것인지 신중히 판단할 때다.
심화영 정경부 금융팀장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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