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내달 오픈뱅킹 시범 가동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은행과 핀테크기업 간 디지털뱅킹 주도권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10월 은행권 오픈뱅킹 시범 실시 등을 거쳐 12월 중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오픈뱅킹은 흩어져 있는 계좌를 앱 하나로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은행이 가진 고객의 재무데이터를 핀테크업체 또는 타행과 공유하도록 허용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오픈뱅킹 이용을 사전신청한 업체는 1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핀테크인 토스와 뱅크샐러드를 비롯해 네이버페이·SK플래닛·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신청 의사를 밝혔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한 은행이나 핀테크기업의 앱을 통해 본인이 소유한 모든 계좌 조회가 가능하고, 자금의 출금이체도 가능해진다. 즉 앱 하나로 전 은행들의 기본적 업무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A은행 계좌를 조회하려면 반드시 A은행 앱을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B은행이나 핀테크 앱에서도 쉽게 계좌조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적금·대출 등 각종 상품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은행권은 오픈뱅킹 시범 시행을 앞두고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위비뱅크'에 오픈뱅킹 메뉴를 추가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입출계좌 조회, 대출잔액 조회, 대출금 상환 조회부터 부동산 청약목록 조회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에게 플랫폼 경쟁을 가속화하는 오픈뱅킹은 디지털 주도권 향방을 결정할 변곡점이 될 수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데이터 장벽이 무너지면서 고객 유치 전쟁이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오픈뱅킹 시행을 위해 기존 결제망을 핀테크에 열어준 데다 수수료 수익 감소도 떠안게 된다.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 이용과정에서 이용기관이 내는 수수료는 기존 금융결제망 이용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일부 은행들이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금융혁신 측면에선 바람직하다"면서 "금융사 간 상품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픈뱅킹으로 도약을 노리는 핀테크 업체들은 간편송금 등 핀테크 사업분야는 서비스 자체로 수익이 나지 않는데 은행에 결제망 이용료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모바일금융 토스를 운영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토스는 2018년 동안 은행 결제망 이용료로 400억원 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금융당국은 이달 중 오픈뱅킹 이용 신청 접수를 마감하고, 10월 은행권 시범 실시 등을 거쳐 12월 중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