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포럼] `전쟁不容`이 전쟁을 부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702102369660001[1].jpg "[포럼] `전쟁不容`이 전쟁을 부른다")
그러나 공동번영은 목표이기에 원칙이라 할 수 없고, 특히 공동 안전보장과 전쟁불용은 너무나 이상하다.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입니다.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합니다"고 했다. 우리가 먼저 할테니 북한도 해달라 호소한 것이다. 양보와 포용으로 칭송하는 이상론자도 있겠지만, 안전보장은 현실의 정책이다. 안전을 보장했는데 상대가 도발하면 어찌하나. 그때는 안전보장 약속을 취소해야 한다. 상대의 처분에 따라 좌우되는 안보정책은 있을 수 없다. 네가 나를 보장하면 나도 너를 보장하겠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대남 미사일·방사포 위협을 중단하면, 우리도 북한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전쟁불용'이다. 손바닥은 부딪혀야 소리가 나지만, 전쟁은 한쪽이 원치 않는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언어가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는 국방력이 있어야 막아낼 수 있다. "용납하지 않겠다"는 불용은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우리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누구(무엇)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적의 도발은 용납이 아니라 응징의 대상이다. 결국 이는 미국의 대북 군사제재에 대한 것이다. 게다가 영어로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로 번역·배포되었다. 이는 '사소한 규칙·법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원칙'이다. 한국이 미국의 정책옵션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무관용의 엄벌을 유엔에서 공언한 셈이다.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은 북핵 폐기를 이루는 유일한 길이다.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할 것이라 보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판단이다. 진행되고 있는 미북 협상도 압박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은 핵위력을 과시하고 우리를 마음껏 갈취할 것이다. 최대압박이 무섭기에 핵포기 대가로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을 구하는 것이다. 최대압박은 북한과 전쟁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능력과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불용은 최대압박의 폐기이다. 군사제재는 안 된다는 상한선 설정이니 이미 최대의 압박이 아니다. 결국 전쟁불용은 북핵 보유의 인정이다. 한국 때문에 최대압박이 안 된다면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 본토 공격력을 제어하는 동결수준에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위기는 피했지만 이것이 진짜 위기를 불러온다. 동결 보유한 북핵은 미국은 아니어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이다. 핵무기는 전시용이 아니다. 그 위력은 상대가 두려움을 가질 때에만 효력을 갖는다. 그래서 깡패가 골목 상가를 휘젓듯 북한은 반드시 군사도발 등 실력 행사에 나서게 된다. 이리하여 핵동결에 멈춘 미국의 책임론으로 이어져 미국의 개입을 불러오고 진짜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쟁불용은 미국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미관계를 더욱 훼손하고 당면한 방위비 분담 협상을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 집착을 방조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 대북 압박이 평화를 만들어내고 대북 유화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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