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체가 액체로 변화할 때 분자 배열이 바뀌는 모습을 실시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단장 천진우) 김관표 연구위원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채운 교수팀과 함께 그래핀 위에 탄소물질인 '풀러렌'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과정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상전이는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가지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특히 액체 상태에서 분자 배열이 불규칙적이고 각각의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단일 분자들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거의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그래핀 위에 풀러렌 분자 결정을 제작해 단일 분자에서의 움직임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풀러렌 분자들은 구형이고 전자빔에 대한 안전성이 높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쉽다.
연구팀은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풀러렌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단일 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또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정렬된 고체 영역과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액체 영역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관표 IBS 연구위원은 "실제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현상을 직접 관찰한 것은 처음으로, 나노물질의 다양한 반응을 결정하는 데 널리 쓰여 의약품 체내흡수 과정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9월 27일자)'에 실렸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분자 배열이 규칙적인 풀러린 고체 결정에서 불규칙적인 액체로 상전이되는 현상을 모식도로 표현한 것으로, 고체 결정(파란색 영역)과 액체 결정(빨간색 영역)으로 표시돼 있다.
